볼리비아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 '쿠데타' 혐의 징역 10년형
2019년 모랄레스 사임 후 임시 대통령 취임…법원 "헌법에 위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2019∼2020년 집권한 볼리비아 임시 대통령이 '쿠데타' 조직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볼리비아 법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자니네 아녜스(54) 전 대통령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는 결정"을 하고 "직무를 유기"했다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당시 군과 경찰 수장들도 같은 혐의로 각각 10년형을 받았다.
아녜스 전 대통령이 저질렀다는 '쿠데타'는 지난 2019년 볼리비아 대선 이후 혼돈 상황에서 시작됐다.
당시 4선 연임에 도전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석연찮은 개표 절차 이후 승자로 발표되자, 볼리비아에선 거센 대선 불복 시위가 번졌다.
미주기구(OAS)도 대선에 부정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군·경찰까지 사퇴를 '권고'하며 압박하자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결국 대선 3주 만에 물러났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곧바로 아르헨티나로 망명했고 부통령과 각료, 상·하원 의장들도 줄줄이 사퇴했다.
이러한 권력 공백과 극심한 혼돈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이었다.
우파 야당 소속 상원 부의장이던 그는 공석이 된 상원의장직을 승계한 후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 상원의장, 하원의장 순으로 권한을 이어받는다는 헌법에 따라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모랄레스의 퇴임과 아녜스의 취임을 둘러싸고 볼리비아 안팎에서는 명백한 부정 선거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과 쿠데타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바 있다. 특히 모랄레스는 미국이 볼리비아 리튬을 차지하기 위해 벌인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아녜스 전 임시 정부는 망명 중인 모랄레스에 테러·선동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한편 모랄레스 정권 14년의 유산 지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2020년 10월 1년 만에 다시 치러진 대선에서 모랄레스의 후계자 격인 좌파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승리하며 상황은 역전됐다.
모랄레스는 혐의를 벗고 1년 만에 볼리비아로 돌아왔고, 아녜스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쿠데타를 모의하고 테러를 선동한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아녜스와 지지자들은 부당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반발해 왔다.
아녜스 전 대통령은 선고를 앞두고 최후 진술에서 "난 대통령이 되려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헌법에 따라 의무감으로 대통령에 취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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