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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인 병사'에 사형…여론조작용 재판에 국제법 위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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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인 병사'에 사형…여론조작용 재판에 국제법 위반 논란
"제네바협약 '포로를 전투행위로 기소 못해' 조항 어긴 것"
"충실한 재판 권리 침해…법원 관할 공정성도 문제"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우크라이나군에 소속돼 러시아군과 교전하다 붙잡힌 영국인 2명과 모로코인 1명에게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의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만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법원은 9일 이들의 신분을 용병으로 규정하고 헌정 질서를 전복하는 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을 내렸다.
영국인 2명은 4월 중순 우크라이나 남부의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러시아군이 포위 공격하던 때 투항했고, 모로코인은 3월 동부 도네츠크주 볼노바하에서 생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처럼 우크라이나군 소속은 아니지만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의용군이 러시아에 생포되면 유사한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사형 선고가 알려지자 러시아가 국제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포로에게 부당한 죄목을 씌워 정치적 선동에 이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DPR 최고법원은 이들에게 용병 행위, 정권 찬탈·전복 활동 등 혐의를 적용해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할 권리가 피고인들에게 주어지긴 했다.
이 사법적 행위를 둘러싸고 사형이 선고된 군인들이 1949년 제네바 협약과 1977년 1차 추가의정서 등 국제법적 효력을 지니는 협약에 따라 '전쟁 포로'로서의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는데, 이번 판결은 그런 협약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매체 더컨버세이션 영국판은 영국인 2명이 우크라이나군 소속이라는 점에서 '용병'이 아니며 포로 지위를 갖는 전투원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혐의는 결국 러시아에 맞서 교전 행위를 했다는 사실 하나를 기초로 구성됐는데 포로는 민간인 학살 등 전쟁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전투 행위를 두고 기소될 수 없다는 국제법 취지를 DPR의 자체 법원이 정면으로 위배해 판결했다는 것이다.


당장 자국민의 사형 판결을 지켜봐야 했던 영국 정부부터 이를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전투원의 전투행위를 면책하는 제네바협약에 따라 포로는 적대 행위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당국과 함께 포로를 석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법 취지를 거스른 판결이 나온 건 러시아가 여론조작에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DPR을 움직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범죄 혐의를 두고 우크라이나 당국뿐 아니라 국제형사재판소까지 조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희석하기 위해 이번 재판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존슨 총리 측 대변인은 "우리는 분명 깊은 우려 속에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며 "전쟁 포로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이건 전혀 합법성이 없는 가짜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이나 사건 관할 문제도 쟁점이다.
국제법은 포로에게 독립적이고 공정한 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지만, 일사천리식 재판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포로의 방어권이 보호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더컨버세이션은 지적했다.
설령 이들이 단순 전투 가담에 그치지 않고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더라도 동종 혐의를 받는 러시아군에게도 적용될 재판 절차에 따라 독립성이 인정되는 법원에서 충실히 심리가 이뤄져야 했다는 것이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2014년 세운 DPR의 자칭 법원이 재판을 진행했다는 점도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을 낳는 대목이다.
BBC 기자 올라 게린은 "DPR의 관료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를 직접 받는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이번 판결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영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러시아의 전술로 관측된다"고 평가했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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