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기자, 러 외무장관에 "뭘 훔쳐 누구에게 팔았나" 질문
터키 기자회견장서…라브로프 장관 "항상 훔칠 궁리하는 건 우크라이나" 반박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재개를 논의하기 위해 터키를 방문한 러시아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 기자의 돌발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곡물 수출 재개 방안을 논의한 후 공동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 공영 TV의 이스탄불 지국 소속인 무슬림 우메로프 기자는 질문을 하기 위해 여러 번 손을 들었지만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다.
기자회견이 마무리될 무렵 우메로프는 소동을 감수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우크라이나 공영 TV에서 왔다. 정말로 질문을 하고 싶다"며 라브로프 장관에게 직접 말을 걸었다.
이어 우메로프는 "곡물 외에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물건을 훔쳤고 누구에게 팔았는가"라고 물었다.
우메로프의 돌발 질문에 라브로프 장관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뭐라고요?"라고 되물었다.
우메로프가 질문을 되풀이하자 라브로프 장관은 잠시 후 웃음을 보이며 "당신들 우크라이나인은 항상 훔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리하고 다른 모든 사람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여긴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우리는 네오나치 정권의 억압에서 사람들을 구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곡물 수출을 막지 않는다"며 "(곡물을 실은 배)가 항구를 떠나려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씨가 명령을 내려야 한다. 그게 전부다"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후 우메로프와 만난 AFP 통신에 따르면 그는 질의응답 시간 내내 손을 들었지만 주최 측이 질문 기회를 막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돌발질문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체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방해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흑해 연안의 항구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수출은 중단됐다.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곡물 생산과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세계 곡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지 않겠다며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흑해 연안에 설치한 기뢰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기뢰를 제거할 경우 러시아가 곡물 수출을 위해 개통한 항로를 통해 오데사 등 흑해 연안 항구를 침공할 수 있다며 기뢰 제거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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