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대규모 적자에 채권 발행 증가…"자금 조달 다변화"
올해 8억 달러 규모 달러채 발행…수요예측 '선방'
일각선 한전의 '채권 발행 한도 상향' 필요성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연료비 급등과 요금 인상 제약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최근 8억 달러 규모의 달러채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한전은 3년물과 5년물을 각각 5억 달러, 3억 달러 규모로 발행한다.
3년물에 41억 달러, 5년물에 30억 달러 등 총 71억 달러의 주문이 들어와 입찰 성적은 '선방'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8.9대 1이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대규모 적자에도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지원 의지에 대한 신뢰가 흥행 요인이었다"며 "해외에서도 공기업에 대한 신뢰를 인정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달러채권 발행은 한전 입장에서는 원화 채권 이외 자금 조달처를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전의 자체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으나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해 최종 장기 신용등급은 'AA'를 유지했다.
대규모 적자에 한전의 채권 발행 규모는 증가하는 추세다.
한전채 발행량은 2018년 6조9천억원에서 2019년 7조5천억원, 2020년 3조5천억원, 2021년 10조4천억원 규모로 2020년 한 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만 12조원을 넘어섰다.
이경록 신영증권[001720] 연구원은 "한전채 발행량 급증은 한전의 영업실적과 깊은 관련이 있다"며 "한전의 실적이 좋을 때는 한전채는 순상환을, 실적이 부진할 때는 순발행을 보이는 역의 상관관계를 확연히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최근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연료비 급등에도 이를 전력 요금에 전가하지 못하면서 역대급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가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이미 7조7천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적자액(5조8천601억원)보다도 약 2조원이 많다.
신영증권 이 연구원은 "한전이 자산매각 등 자구 계획을 통해 자금을 일부 마련할 계획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거액 손실이 지속되는 한 대규모 사채 발행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한전채 발행 한도의 상향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법상 한전의 채권 발행액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DB금융투자 유 연구원은 "한전의 채권 발행한도는 공기업 중에서도 낮은 수준"이라며 "한국가스공사나 LH공사처럼 자본금과 적립금의 4∼5배 수준으로 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전의 실적 개선이 우선이란 반론도 있다.
신영증권의 이 연구원은 "손실 누적에 따라 자본총계가 급속히 줄면 발행 한도를 늘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실적 개선을 위한 근본적 처방 없이 발행 한도만 늘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alrea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