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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곡물대란 해결사 나섰지만…우크라·러시아 사이에 낀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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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곡물대란 해결사 나섰지만…우크라·러시아 사이에 낀 신세
러 "기뢰제거·제재해제 우선"…우크라 "말 안돼, 터키 중재능력 있나"
'해상 호위' 제안 공회전…유엔도 미·EU·러·우크라서 고위급 대화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속 중재자를 자임하던 터키가 세계 식량위기 국면에서도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입장차가 커 쉽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서방의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내걸었고, 우크라이나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터키 외무부 장관은 이날 터키 앙카라에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재개를 논의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회담은 생산적이었으며, 해상 통로를 따라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안전한 선적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기뢰 제거의 책임은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말했다.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자국에 대한 제재가 해제돼야만 러시아 곡물 물량이 국제시장에 인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이와 관련한 실질적인 대화는 없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반발했다.
주터키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가 선박 검사와 같은 불합리한 제안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터키의 중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 거래업자 조합인 UGA의 세르히 이바쉬첸코는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화물 안전을 보장하기에 터키는 흑해에서 힘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뢰 제거에 최소 2∼3주가 걸릴 수 있으며, 터키와 루마니아 해군이 관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주 영국, 터키와 제3국의 해군이 우크라이나 곡물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철도청 관계자는 철도를 통한 곡물 수출 최대 물량을 5월 80만t에서 몇 주 내 월 150만t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를 위해선 국경에 화물기차 증설이 필요하고, 국경을 넘는 데 적어도 한 달은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세계 3, 4위 곡물 수출국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수출 물량이 급감, 세계 곡물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월 곡물 수출량은 전쟁 전 600만t에서 현재 100만t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주요 수출 통로였던 흑해가 봉쇄되면서 타격이 컸다. 러시아가 흑해 연안의 항구를 봉쇄하자, 우크라이나는 자국 내 최대 물동항인 오데사를 보호하기 위해 연안에 대규모 기뢰를 살포했다.
우크라이나 서쪽 국경과 다뉴브강 항구를 통해 일부 수출이 이뤄지지만, 흑해 항구의 수출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곡물 수출 선박이 흑해를 빠져나가려면 기뢰 제거가 우선 과제인 상황에서 터키는 인도주의 해상 통로가 개설되면 선박을 호위해줄 수 있다고 중재에 나섰지만 완강한 당사국 사이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엔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고위 관료들이 지난 10일간 앙카라, 벨기에 브뤼셀, 키이우, 모스크바, 미국 워싱턴 등지에서 대화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조용한 외교가 필요한 순간 중 하나"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다만 그는 "전세계 수백만명의 복지가 여기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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