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개혁에 반발하며 파업 나선 프랑스 외교관들
정부, 모든 고위 공무원에 외교관 지위 개방 추진
"외교관 다양화" vs "하루 새 외교관 될 수 없다"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외교관들이 2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에 반발하며 이례적인 파업에 나섰다.
미국,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외교 인력을 보유한 프랑스에서 20년 만에 벌어진 외교부 역사상 두 번째 파업이라고 AP, AFP 통신 등이 전했다.
타협과 협상을 중시하는 외교관들이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다른 부처에 있는 고위공무원을 외교관으로 기용할 수 있게끔 제도를 바꾸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계획이 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월 외교단에 부여해온 특별 지위를 없애 외교부가 소위 '엘리트 부처'라는 인식을 허물겠다며 이러한 구상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안이 실현되면 직업 외교관일지라도 외교부가 아닌 다른 부처에 배치할 수 있고, 다른 부처 공무원일지라도 외교관이 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외교부에서 근무해온 고위공무원 700∼800명은 다른 부처로 옮겨야 하거나, 주요 포스트를 두고 다른 부처 인사와 경쟁해야 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개혁으로 다양한 인물을 외교관으로 영입할 수 있다고 보지만, 현직 외교관들은 지인에게 자리를 나눠주면서 정치적 간섭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수도 파리에 있는 프랑스 외교부 청사 밖에 모인 시위대는 "단기적인 외교관과 장기적인 외교는 있을 수 없다"와 같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35년 외교 경력의 마르셀 에스퀴르는 AFP와 인터뷰에서 "하루아침 사이에 외교관이 될 수는 없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파업에 동참하는 일부 대사와 외교관들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지지를 표명했다.
오렐리 보날 미국 워싱턴 주재 프랑스 대리대사는 트위터에 "외교단이 없다면 정부가 모든 외교직에 친구를 임명하기가 훨씬 쉬워진다"며 "우리 외교에는 정실(情實) 인사가 아닌 역량과 연속성,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클레르 르플레셰르 쿠웨이트 주재 프랑스 대사는 "외교본부를 개혁하고 외교 수단을 계속해서 감축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파업하겠다"고 적었다.
일본 도쿄에서 근무하는 로맹 리도 참사관은 "외교는 식탁 아래 발을 두기만 해도 되는 갈라 디너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파업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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