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만 경제·안보 교류 확대에 中 무력시위 강화 예고
미-대만 무역 이니셔티브, 당국간 교류 본격화로 연결될지 주목
미국 주방위군-대만군 협력에 中전문가 "대만 시가전 염두" 분석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과 대만의 경제·안보 협력이 심화하고 있다. 이를 점증하는 미국의 중국 견제 의도와 대만 민진당 정권의 독립 지향 행보의 결합으로 보는 중국은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해 대만해협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작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관계의 마지노선이 명확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간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IPEF에서 대만 뺀 미국, 대만과 별도 채널 구축…당국간 교류 제도화하나
미국은 1일(현지시간) 자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 경제 협의체(IPEF)에서 제외했던 대만과 별도 채널인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대만 이니셔티브'를 구축해 경제 분야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중국의 반발과, 그에 따른 동남아 국가들의 동참 거부를 우려해 IPEF에 대만을 포함하지 않았던 미국이 대만을 위한 별도의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미국과 대만이 새 이니셔티브를 통해 논의할 사항은 반부패, 디지털 무역 표준, 노동권, 환경 기준, 비시장 접근 관행 등으로 IPEF의 의제와 흡사하다.
중국은 IPEF 출범에 앞서 미국이 한국·일본·대만과 손잡고 이른바 '반도체 소그룹'을 결성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려 한다고 의심했다. 결국 IPEF 출범 멤버에 대만이 빠졌지만 미국과 대만간의 별도 채널이 형성됨에 따라 중국의 견제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으로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관여한 이번 이니셔티브 출범이 미국과 대만의 당국간 교류 제도화의 신호탄일지 여부에 주목할 전망이다.
문일현 정법대 교수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대만 무역 이니셔티브 출범은 미국이 대만의 IPEF 가입을 거절한데 대한 보상 차원으로 보이는데, 이것을 계기로 미국-대만이 당국간 교류를 제도화함으로써 중국의 반발을 정면돌파하려 할지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만을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해 미국과 대만간 모든 형태의 당국간 교류에 반대해왔다.
◇미국 주방위군 개입된 미-대만 안보협력 강화…"우크라 전쟁 교훈 반영한듯"
안보면에서도 미국과 대만은 최근 긴밀한 협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위협에 비례해 대만이 충분한 자위력을 유지토록 하기 위해 필요한 방위 물자와 방위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중국발 위협이 커지는 만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훈련 지원 등의 강도도 커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달 31일 태미 더크워스(민주·일리노이) 미국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 주(州) 방위군과 대만군 사이의 협력 계획을 공개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 주 방위군이 비상 사태와 테러 대응 등을 다루는 미국 국내용 무력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즉, 미국 주 방위군과 대만군의 협력은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 시도에 대만이 시가전으로 저항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2일 "중국내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주 방위군과 대만 군의 협력은 대만의 시가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만큼 인민해방군은 단지 경고를 보내는 것을 넘어 구체적 전투 대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썼다.
문일현 교수는 "미국은 우크라 전쟁을 보면서 특수한 지형에 맞는 재래식 무기의 적용 여하에 따라 화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그동안 첨단 무기 중심의 대만 방어 전략을 세웠던 미국이 대만의 특수한 지형에 맞는 소형 특수무기 지원과 병력 훈련 쪽으로 전략·전술적 변화를 주고 있는 듯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방군(미국의 정규군) 대신 주 방위군을 개입시켰지만 중국은 미국과 대만간 군사협력 강화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간주할 공산이 커 보인다.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한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미국과 대만의 공식 교류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며 미국과 대만의 결탁이 갈수록 심화해 언젠가 마지노선을 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군사적 충돌이 실질적 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중국 대규모 무력시위로 견제…미중 국방장관 '샹그릴라 회동'에 시선
중국은 더크워스 미 상원의원이 대만에 도착한 지난달 30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군용기 30대, 이튿날 3대를 각각 진입시키는 무력시위로 미국과 대만의 결속 강화 움직임을 견제했다.
이에 대해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지난 1일 "동부전구가 대만섬 주변 해·공역에서 여러 군종(육·해·공군 등을 의미)을 조직해 연합 전투 대비 순찰을 했다"며 "이는 미국과 대만의 결탁에 대해 필요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은 빈번하게 대만 문제에서 '말 따로 행동 따로' 행보를 보이며 공개 및 비공개리에 대만 독립 세력을 종용하고 지지하며 대만을 위험한 지경으로 밀어 넣으려 하는데, 자신도 엄중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동부전구 부대는 계속 훈련과 전투 대비를 강화하며 끊임없이 사명을 이행할 능력을 제고하고, 외부 세력의 간섭과 대만 독립 세력의 분열 모략을 결연히 좌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훈련이 미국-대만의 결속 강화 행보를 견제하기 위한 무력시위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한편 유사한 대응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중간 정치적 신뢰와 교류가 빈약한 상황에서 당분간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의 외교·군사적 갈등 지수는 점점 높아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하반기 당 대회를 앞둔 중국이 가급적 미중관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과 대만의 협력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명무실화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은미국과 대만에 '신호'를 보내는 한편 자국민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대만을 향한 무력 시위의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10∼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 대화 계기에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 대면이 성사될지와, 의미있는 논의가 이뤄질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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