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폴란드 지원금 동결 해제수순…우크라전에 갈등 눈녹듯
이행 불투명하지만 '폴란드 사법독립 이행계획' 승인
폴란드, 법치훼손 문제아에서 러 침공 대응 모범생 변신
(서울=연합뉴스) 안희 기자 = 폴란드가 유럽연합(EU)의 공통가치인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지급받지 못했던 47조원대의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을 EU로부터 다시 지원받을 길이 열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EU가 폴란드에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지급을 동결했던 사법부 독립성 저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폴란드의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EU가 회원국에 코로나19 경제회복을 목적으로 지급한 기금 가운데 폴란드에 배정한 360억유로(한화 약 47조8천억원)는 1년 넘게 지급 동결 상태였다.
핵심 사유는 폴란드 정부가 사법개혁이라는 명분을 내걸어 만든 사법행정 체계가 EU 회원국들이 지켜야 할 법치주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이었다.
폴란드는 2016년 민족주의 성향 보수정당인 법과정의당이 집권한 이후 판사 지명권을 하원에 부여하고 대법원에 판사 징계위원회를 설치하는 식의 사법개혁을 추진했다. 폴란드 헌재는 지난해 자국 헌법이 EU 헌법에 우선한다며 이 같은 제도개혁이 정당하다는 결정까지 내렸다.
이런 폴란드의 행보를 권위주의적 사법부 길들이기로 본 EU는 돈줄을 끊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지급이 동결되자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자국 사법시스템에 대한 EU의 우려를 해소할 이행 계획을 제출했다.
대법원 판사 징계위 해체, 부당 해고된 판사의 복직을 비롯해 사법부 독립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으로, 폴란드가 자국 사법 시스템을 둘러싼 EU와의 갈등 과정에서 처음 내놓은 양보안이다.
EU는 일단 폴란드의 이행 계획을 받아들였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 계획을 승인한 것은 경제회복기금을 지급하기 전 폴란드가 사법부 독립 문제에 관해 지켜야 할 명확한 약속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EU가 자금 지원 동결이라는 강수를 거두기로 한 배경에는 폴란드가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앞장서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준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분석했다.
폴란드는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핵심 통로 역할을 했고, 370만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였다. 지난달 14%에 이르는 인플레이션을 기록한 폴란드가 경제난 속에서도 엄청난 규모의 난민을 수용하려면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도 EU의 마음을 움직인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폴란드처럼 법치주의 훼손 등을 사유로 EU의 기금 지원이 보류된 헝가리의 경우, 여전히 지원 동결이 해제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헝가리가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등 EU의 핵심적인 대러 제재안에 끝까지 반대하는 등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는 행보를 보인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EU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폴란드의 이행 계획을 일단 수용했지만 약속이 지켜질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중앙유럽대학 민주주의 연구소의 안나 보이직 연구원은 NYT에 "이것(폴란드의 계획)은 (기금을 받기 위한) 연막이다. 폴란드에서 판사들의 상황은 매우 어렵고 당국의 법관 징계는 심지어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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