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가자지구 화학 창고 폭격…사실상의 화학무기"
팔레스타인 NGO 주장…"유해물질 보관 알면서도 창고 폭격"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지난해 5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유혈 분쟁 당시 이스라엘 정부군이 '사실상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비정부기구(NGO) 알하크의 보고서를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작년 5월15일 가자지구 북쪽 '쿠다이르 제약농약장비창고'를 겨눈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창고 내 살충제, 비료, 플라스틱, 나일론 등 수백t이 화염에 휩싸였다.
이 화재로 발생한 유해 물질이 주변 5.7㎢를 에워쌌고 당시 이 연기를 마신 주민 다수가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유해물질 흡입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유산이 2건이었고, 한 가족 내에서 2명이 암에 걸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문제의 공격이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아내가 유산했다는 이하브 쿠다이르는 "발진이 계속 난다. 동네 사람이 다 그렇다. 19살짜리 사촌과 이모가 모두 암에 걸렸다. 여기(창고)서 일어난 일이 관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알하크는 보고서에서 "유해 물질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창고를 폭격한 것은 간접적인 화학무기 공격"이라며 "명백히 금지된 행위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을 위한 로마 규정에 따라 제소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알하크는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테러 단체로 지정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알하크와 영국 런던 골드슈미트대학교 '포렌식 건축학'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작년 5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에 11일간 벌어진 전쟁에서 총 270명이 숨졌다.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256명으로 대부분이었고 이스라엘에서도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충돌은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 무슬림인 팔레스타인 주민의 종교 활동을 제한하면서 촉발됐다. 종교활동이 제한되자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 명이 시위를 벌였고 이스라엘은 이들을 강경 진압했다.
하마스는 여기에 불만을 품고 로켓포 공격을 가했으며 이스라엘도 곧바로 전투기를 동원, 가자지구를 폭격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중부 지역에 로켓포 4천500발을 날렸지만 대다수는 첨단 방공망 '아이언돔'에 막혔다. 오히려 이스라엘이 하마스 통제 지역인 가자지구를 일방적으로 폭격하는 양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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