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분유 대란, 코로나19 여파에 모유수유 줄어든 탓도"
WSJ "美 산모 모유수유 비율 2020년 34%→2022년 14% 급감"
호주 분유 125만통 미국으로…'분유 대란' 숨통 트일까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이 역대 최악의 분유 공급부족 사태로 비상이 걸린 데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모유수유를 포기한 산모가 늘어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구 컨설팅 업체 '데모그래픽 인텔리전스'는 최근 진행한 설문을 바탕으로 미국 산모의 모유수유 비율이 2020년 34%에서 올해 14%로 급감했다고 추산했다.
분석에 활용된 표본 수가 적은 탓에 오차범위는 ±6%포인트로 비교적 큰 편이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간 꾸준히 늘어나던 모유수유가 급격히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만큼은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01년 16%였던 미국의 모유수유 비율은 2017년 36%까지 높아졌고 이후 2019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당시 모유수유가 신생아 두뇌 발달과 면역력 형성에 좋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2020년 초부터 방역 규제가 도입되면서 산모의 모유수유를 돕는 각종 지원이 일제히 끊겼다는 점이다.
출산 후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단축된 탓에 많은 산모가 젖이 제대로 나오기도 전에 퇴원할 수밖에 없었고, 일부 신생아는 감염 우려 때문에 가족과 대면접촉마저 제한됐다.
일부 모유수유 상담사들은 비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다른 업무에 재배치되거나 실직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출산경험자나 주변인의 도움을 받는 것도 여의치 않은 환경이 조성됐다.
산모가 출산 이후 모든 상황을 거의 혼자 힘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다이앤 슈파츠 교수는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모유수유에는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코로나19 유행기에는 모든 대면, 개인 간 도움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기 외에 보살펴야 할 다른 자녀가 있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예컨대 워싱턴주 교외지역에 거주하는 제시카 허낸데즈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봉쇄된 지 2주 만에 모유수유를 포기했다. 4살과 7살인 손위 자녀들을 홈스쿨링(재택교육)하면서 막내에게 40분씩 젖을 물리고 있을 수 없어서다.
그는 "(분유를 쓰지 않고선) 모두를 챙길 방법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문제는 저소득, 유색인종 집단에서 더욱 극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해당 인구집단이 많이 이용하는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소아 1차 진료센터의 경우 모유수유 비율이 202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했고 지금도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슈파츠 교수는 전했다.
결국 모유수유 대신 분유를 택한 산모가 늘어난 것이 분유 수요를 밀어올려 공급난을 부채질했을 것이라고 데모그래픽 인텔리전스는 분석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주변국으로부터 분유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멈춰 섰던 자국 내 공장을 재가동하는 등 분유 공급을 정상화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은 조만간 호주 분유업체 '법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분유 125만 통을 수입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법스 오스트레일리아가 공급하는 물량이 젖병 2천750만 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이라면서 "가능한 한 빨리 더 많은 분유를 상점에 놓아두도록 힘이 닿는 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미국 최대 분유 제조사인 애보트는 세균 오염 가능성이 제기돼 2월 폐쇄된 미시간 공장을 내달 4일부터 재가동해 같은 달 20일부터는 분유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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