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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대책] 1주택 실수요자 세금-대출규제 완화로 '똘똘한 한채' 선호↑(종합)
작년 공시가격 소급 적용에 "법적 안정성·예측 가능성 훼손" 지적도
일시적 2주택자 부담 경감 보완책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 제기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새 정부가 30일 발표한 중산·서민 주거 안정 대책은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세금·대출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보유 심리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정부는 이날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 가운데 중산·서민 주거안정대책의 첫 번째 과제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이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3분기(7∼9월)에 보유세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공시가격을 활용하는 동시에 올해부터 100%로 올라갈 예정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고지 시기인 오는 11월 전까지 조정·변경해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보유세 경감 혜택이 1세대 1주택자에게 선별적·집중적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실수요자의 주택 보유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보유세 부담이 큰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10일부터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 조치를 통해 기본세율(6∼45%)로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해 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유세 부담 경감책이 다주택자보다 1주택자에게 선별 집중되면서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시장의 양극화가 계속될 전망"이라며 "강남권, 한강 변, 우수 학군과 학원가 주변, 교통망 확충 예정지, 5년 이하 신축 등의 주택 한 채에 대한 선호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엄연히 올해 공시가격이 발표된 상황에서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법체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는 물론 건강보험료,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 선정 등 60여개의 행정 목적으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보유세 과세를 제외한 다른 조세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면 형평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년도 공시가격을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며 "공시가격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하고 조세 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종부세법상 60∼100%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공시가격 자체를 과거로 소급 적용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해치는 일"이라면서 "장기적이고 근원적으로는 급격히 오른 종부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주택 실수요자라고 볼 수 있는 일시적 2주택자의 취득세 중과 배제 인정 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거래세 완화 방안도 이날 발표에 포함됐다.
정부는 최근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해 조정대상지역에서 2년 안에 기존주택을 팔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그러나 기존에 일시적 2주택자가 주택을 1년 안에 팔아야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규정과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새집을 샀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종전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에 전입해야 한다는 규정은 당시에 함께 손질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정부는 일시적 2주택자 취득세 중과 배제 인정 기한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지난 10일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여전히 일시적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새집을 샀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종전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에 전입해야 한다는 규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정은 아직도 '6개월 내 처분 6개월 내 입주'로 비현실적"이라며 "이 부분도 2년으로 변경해야 정책적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의 보유·거래세 완화 방안에 대해 "종부세는 1주택 중심, 거래세는 일시적 2주택자에 규제 완화의 혜택이 집중됐다"고 평가하면서 "서울 고가 1주택의 보유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전문위원은 "일시적 2주택자는 내년 3월까지 매각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로 선회할 수 있다"며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보는 연말부터 내년 3월까지 양도세 절세 매물 많이 나오고, 그때는 금리까지 크게 올라 매물 출회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생안정 대책 중 금융 분야는 올해 3분기에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매입하는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60∼70%에서 80%로 올리는 조치가 주목된다.
또 올해 3분기에 청년층 대출이 과도하게 제약되지 않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장래 소득의 반영 폭을 확대하고, 오는 8월에는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최대 50년 만기의 모기지를 출시해 대출 총액을 늘릴 계획이다.
이는 실수요자에게 '주거 사다리'를 놔준다는 의미가 있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젊은 층의 주택 구매 열풍 재현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2년 계약갱신청구권제와 5%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오는 7월 31일로 시행 2년을 맞는 점이 큰 변수다.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면 내 집 마련 수요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주인들이 4년치 전·월세 가격을 한 번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주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대거 매매로 전환될 수 있다"며 "전세 대출 완화와 물량 확보 방안 등 임대차 관련 대책이 조속히 나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dfla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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