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닌 시한폭탄…"미 총격범, 자해·폭행 등 짙은 공격성향"
주변인 "다혈질·공공장소 난동·흉기 자랑·자해" 증언
"불안한 젊은이에 총 팔지마" vs "주민 정신건강 관리부터 강화"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을 난사해 21명을 살해한 샐버도어 라모스(18)가 과거부터 폭력적 성향을 드러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모스는 학교에서도, 온라인상에서도 반사회적인 태도를 보였다.
라모스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닌 야렐리 바스케스(17)는 "그는 어렸을 때 조용한 편이었지만 고등학교 입학 후부터 누군가 자신을 동요하게 하는 말을 하면 공격적으로 돌변했다"며 라모스가 공공장소에서 한 커플과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바스케스는 이어 라모스가 타인의 거절을 잘 납득하지 못했으며 이를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런 성향은 온라인에서 더 크게 부각됐다.
WSJ에 따르면 라모스는 소셜 미디어에 총이나 칼 등 위협적인 게시물을 올렸으며 모바일 영상 플랫폼 틱톡에 벽을 때리는 자신의 모습과 함께 '그 누구든 나를 괴롭히면 싸울 것'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자해 사진을 올렸고 상처와 딱지로 뒤덮인 얼굴로 학교에 가 친구에게 "스스로 낸 상처"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라모스에게 정신 건강 문제 이력이나 범죄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라모스의 이 같은 불안정한 성향을 고려한 듯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젊은이가 총기를 샀다는 사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라모스는 총기규제가 느슨한 텍사스주에서 구매 자격인 만 18세가 되자마자 돌격소총 2정과 총알 375발을 샀다.
이달 14일 10명이 살해된 미국 뉴욕주 버펄로 슈퍼마켓 총격 사건의 범인도 18세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18세 청소년이 총기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며 강력한 총기 규제를 촉구한 바 있다.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도 "나는 총기 구매 가능 연령을 바꾸기 위해 입법부와 노력하고 싶다"며 "(연령을) 21세로 높이길 원한다. 그것이 상식"이라고 호소했다.
반면 규제 무용론을 주장하며 정신 건강을 총기참사 문제의 본질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에벗 주지사는 25일 "텍사스주가 18세 이상에게 소총 구매를 허용한 건 60년도 더 된 일"이라며 "사회 구성원의 정신 건강 상태가 달라진 게 문제다. 우리 사회의 정신 건강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총기업계 이익단체 전미총기협회(NRA)도 "(라모스는) 제정신이 아닌 단독 범죄자"라고 거들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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