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실 봉쇄 중 새벽까지 엉망진창 술판…싸우고 토하고
수 그레이 '파티게이트' 내부 조사 보고서…노래방 기계도 동원
전 수석비서 "안 걸렸다"고 자랑…청소·보안 직원들 무시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코로나19로 사망자가 속출해서 전국에 엄격한 봉쇄령이 내려진 시기, 영국 총리실 보좌진은 사무실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가 싸우고 토하는 등 난장판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25일(현지시간) 공개된 37쪽 분량의 '파티게이트' 조사 보고서에는 국민들은 코로나19 봉쇄로 꼼짝 못 한 때 보리스 존슨 총리의 보좌진이 사무실에서 술판을 즐긴 위선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6월 18일 한 직원 송별회에는 1차는 총리실 내각 회의실에서 열렸고 2차는 바로 옆 건물의 내각부 장관실 밖 대기실에서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노래방 기계까지 등장했으며, 일부 참석자들은 과음을 하면서 한 명은 토하고 두 명은 다투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 전날인 작년 4월 16일에는 총리실에서 송별행사가 2건 개최됐고 참석자들은 결국 한데 모여 술을 마셨다.
이들은 컴퓨터로 음악을 틀어놓고 포도주와 맥주 등을 마시다가 건물을 닫을 시간이 돼서 관리인이 나가라고 하자 술병을 들고 총리실 정원으로 옮겼다.
정원에서는 존슨 총리 어린 아들의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고 놀거나 기대서 있다가 결국 망가뜨렸다.
술에 취한 이들이 총리실 뒷문으로 귀가하고 난 뒤에도 일부는 건물 안으로 돌아가서 새벽 4시가 넘어서야 파했다.
총리실 공보실에서 2020년 12월 18일 개최한 송년파티는 너무 시끄러워서 다른 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파티'가 열린다는 걸 알 정도였고 비상 알람이 실수로 작동되기도 했다.
청소 직원은 다음 날 아침 벽과 복사용지 위에 레드 와인이 쏟아져 있는 걸 확인했다.
총리실 보좌진들은 이렇게 파티를 벌이면서 보안·청소직원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방역규정을 어기고 파티를 하는 것에 관해 문제의식이 없었다.
전 총리 수석비서 마틴 레이널즈는 파티가 걸리지 않았다며 '잘 피했다'고 자랑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에 앞서 레이널즈 전 수석비서가 2020년 5월 20일 파티 초청장을 보내자 다른 측근이 그 시간대 코로나19 기자회견이 끝난다고 공지하기만 하면 참가자들이 와인병을 흔들며 돌아다니지 않고 기자들이 떠날 때까지 조심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레이널즈 전 수석비서는 초청글을 쓰면서 '술이 아닌 술을 마시자'라는 표현을 쓰거나 제목에 '와인과 치즈와 함께 하는 연말 모임'이라고 적기도 했다.
존슨 총리는 2020년 6월 내각 회의실에서 개최된 생일파티 참석 건으로 부인과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과 함께 각각 50파운드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그는 이날 '의회 총리 질의응답(PMQ)'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감독하에 벌어진 일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사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들이 자신에게는 새로운 소식이며, 자신이 참석하지 않은 파티에서 벌어진 일들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딱 잘라 부인했으며, 총리실 직원들이 기자들에게 파티가 없었다고 한 것은 늦은 밤 파티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사람들이 화가 난 것을 이해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물가 급등에 대응하고 공약을 실천하는 등 할 일을 계속 해야 한다면서 사임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보안·청소 직원들에게는 개인적으로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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