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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핵보유국 양해얻어 히로시마서 G7…'핵우산과 모순'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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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핵보유국 양해얻어 히로시마서 G7…'핵우산과 모순' 지적도
'핵무기 없는 세상' 내건 기시다…선거 앞두고 외교성과 부각 재료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내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원폭 투하지 히로시마에서 개최하기로 방침을 정한 이유와 결정 과정이 눈길을 끈다.
일본이 핵보유국의 물밑 양해까지 얻어 개최지를 낙점한 것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평생의 과제로 꼽아온 기시다 총리의 의중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이 기시다의 지론을 홍보하는 재료가 될 수도 있으나 같은 날 미일 양국이 재확인한 핵우산 등 확대 억지 구상은 이와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유일한 전쟁 피폭국인 일본의 총리로서 나는 히로시마만큼 평화에 대한 약속을 보여주기에 어울리는 장소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핵무기의 참화를 인류가 두 번 일으키지 않는다는 맹세"를 세계에 보여주겠다고 G7 정상회의를 히로시마에서 개최하는 이유를 23일 미일 정상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말했다.

히로시마가 지역구인 기시다 총리는 핵무기 없는 세상의 실현을 '라이프워크'(평생을 바쳐서 해야 할 일)로 꼽아 왔다.
히로시마에서 G7 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핵전쟁을 피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촉구하는 셈이라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을 난처하게 할 수도 있는 장소 선정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다.
기시다 총리도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개최지 결정에 관한 앞서 나간 보도에 신경을 곤두세웠으며 "(핵보유국의 이해가) 히로시마 개최의 중요한 요소"라는 이야기를 주변에 하기도 했다고 24일 소개했다.
미일 간 협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히로시마를 방문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대통령이 히로시마 개최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자 일본 당국이 영국과 프랑스를 상대로도 장소에 관한 사전 교섭에 나섰다고 신문은 경과를 소개했다.
내년에 열릴 G7 정상회의 장소는 오는 6월 독일 엘마우에서 올해 G7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에 공표하는 것이 전례에 부합하지만, 이번에는 핵보유국을 포함한 G7의 양해를 얻어 미일 정상회담에 맞춰 서둘러 발표한 셈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핵전쟁에 대한 우려가 고조하는 가운데 히로시마가 개최 결정은 국제사회에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국내적으로 보면 정권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는 참의원 선거(7월)를 앞둔 가운데 기시다 총리가 외교 성과로 부각할 재료이기도 하다.
다우에 도미히사 히로시마 시장은 "핵무기를 둘러싼 현재의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피폭지에서 (G7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의의는 매우 크다"고 논평했고 피폭자 단체들도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일본 최대 일간 요미우리신문은 히로시마에서 G7을 개최하는 것과 23일 발표된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중국을 명시해서 핵 군축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 기시다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일본에 핵우산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강조됐고 이는 G7 정상회의를 히로시마에서 개최하는 취지와는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일 공동성명은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미국의 확대 억지가 신뢰할 수 있고 강인한 상태를 계속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확대 억지는 미국이 핵무기와 여타 전력을 활용해 타국이 미국의 동맹국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 하게 한다는 방어 전략이다.
결국 기시다의 정치적 슬로건인 핵무기 없는 세상과 미국의 핵우산에 의지해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두 가지 구상이 동일한 공간에서 함께 발표된 셈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런 상황에 대해 "핵무기를 둘러싼 딜레마가 부각됐다"고 진단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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