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코로나 경제충격에 26조 추가감세 등 종합대책(종합)
"시장주체 매우 곤란" 인정…'33종 패키지' 발표했지만 기존 대책 일부 보완 수준
경제충격 근본 원인인 봉쇄 완화 시사 없어…국제 항공편 '점진 증편' 언급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로 자국 경제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지자 중국 정부가 감세와 지원 대출 확대 등이 포함된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에 기반한 중국식 봉쇄 정책이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주는 근본 원인인 상황에서 당국이 내놓은 종합 대책은 앞서 제시된 경기 안정 대책을 일부 보완 한 수준으로 평가돼 급랭하는 경기 흐름을 바꿔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리커창 총리 주재로 상무회의를 열고 경제 안정 패키지를 한층 보완해 경제가 정상 궤도로 돌아와 합리적 구간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국무원은 "현재 경제 하방 압력이 계속 커져 수많은 시장 주체가 매우 큰 곤경에 빠져 있다"면서 중국 최대 도시인 상하이 봉쇄의 충격이 본격적으로 닥친 4월부터 자국의 경제 상황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4월 경제 수치를 발표할 때만 해도 일부 지표 악화에도 자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는 기초여건(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폈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현 경제 상황에 관한 위기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국무원은 "경제 발전은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기초이자 관건"이라며 "방역과 경제사회 발전을 매우 효율성 있게 총괄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경기) 구간 조절 대책을 통해 경제의 기본 틀을 안정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무원은 경제 안정을 위해 ▲ 재정·통화 ▲ 금융 정책 ▲ 공급망 안정 ▲ 소비 촉진 및 투자 확대 ▲ 에너지 안보 ▲ 기본 민생 보장 등 6개 분야에 걸쳐 총 33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먼저 재정·통화 영역에서 중국 정부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세금 환급 규모를 1천400억 위안(약 26조5천원) 추가 확대해 올해 연간 세금 환급 규모를 2조6천400억 위안(약 50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금융 분야에서는 자영업자 등 취약 경제 주체를 돕는 지원성 대출 규모를 기존의 배로 늘린다는 내용이 대표적으로 포함됐지만 구체적 액수가 언급되지는 않았다.
공급망 안정과 관련해서는 물류 안정 차원에서 봉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항공업계에 추가 대출, 채권 발행 지원 등을 통해 총 3천500억 위안(약 66조원)을 수혈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한 국경 이동 장벽에 관한 외국인들의 높은 불만을 인식한 듯 국제 여객 항공편을 단계적으로 증편, 외국 기업인의 왕래를 편리하게 하겠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소비 촉진 분야에서는 심각하게 위축된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각 도시의 자동차 구매 제한을 완화하고 자동차 취득세를 점진적으로 낮춰 600억 위안(약 11조4천억원)을 덜 걷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 국무원의 이번 경기 진작 종합 대책은 봉쇄로 인한 경제 피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중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급속히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금융 감독 기구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도 24일 주요 금융기관들 관계자들을 불러 회의를 열고 책임감을 갖고 대출이 늘어날 수 있도록 관리하라면서 적극적 대출을 요구했다.
인민은행과 은보감회는 특히 경기 회복의 관건이 되는 부동산 대출이 안정적으로 늘어날 수 있게 하라고 주문하는 한편 중소기업, 자영업자, 화물차 기사들의 대출 원리금 및 코로나로 충격을 받은 개인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을 연장해주라고 지시했다.
지난 16일 발표된 4월 중국의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증가율은 각각 -11.1%, -2.9%를 기록해 중국이 극도의 혼란에 휩싸인 2020년 우한 사태 초기 이후 최악의 수준이었다.
같은 달 봉쇄의 피해가 가장 컸던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작년 동월보다 각각 61.6%, 48.3% 급감했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감소액만 단순 합산해도 4월 상하이 봉쇄의 직접 경제 피해는 50조원대에 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정부가 연초에 정한 5.5%는커녕 우한 사태 충격으로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8년 이후 최악이던 2020년의 2.3%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중국 당국이 내놓은 종합 대책은 대체로 연초부터 내놓은 경기 대책을 일부 강화하거나 보완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획기적 내용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중국 정부가 자국의 경제 상황에 위기감을 드러내면서 각종 추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중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강해지고 거칠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이 중국 경제의 흐름을 바꾸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중국 안팎의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과 그에 따른 봉쇄가 중국 경제를 좌우하는 절대적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재정·통화정책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경기 부양 정책의 의미가 크게 약해졌다는 지적을 한다.
확산 감지가 어렵고 감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유입으로 신속한 감염자 발견과 격리를 기반으로 한 중국의 기존 만리장성식 방역 정책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됐다.
60만명 이상이 감염된 상하이 코로나 확산 사태 이후 중국 당국은 지역사회에서 불과 몇 명의 감염자만 나와도 인구가 수백만명에 달하는 구(區) 단위 지역을 사실상 봉쇄하는 등 방역 정책을 극단적으로 강화한 상태여서 봉쇄 정책으로 인한 경제 피해는 지속해서 누적되고 있다.
수도 베이징의 경우 상하이와 같은 완전 봉쇄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일일 신규 감염자가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택 근무 권고'라는 이름으로 도심 핵심 구들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여서 상당한 경제 피해가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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