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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불의 전차 주제곡 쓴 그리스 작곡가 반젤리스 타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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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불의 전차 주제곡 쓴 그리스 작곡가 반젤리스 타계(종합)
록밴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멤버…우수에 찬 곡으로 한국팬에도 인기
그리스 총리 "전자음악의 선구자…불의 전차 타고 긴 여행 떠나" 애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영화 '불의 전차' 주제곡을 만든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 반젤리스가 타계했다고 로이터·아테네뉴스통신(ANA)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79세.
ANA는 반젤리스의 변호사 사무실 성명을 인용해 반젤리스가 17일 밤늦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도 트위터로 그의 타계 소식을 전하며 애도를 표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반젤리스를 "전자음악의 선구자"라고 칭하며 "그는 불의 전차를 타고 긴 여행을 시작했다"고 썼다.
본명이 에방겔로스 오디세아스 파파타나시우인 반젤리스는 지난 반세기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연주자·작곡가로 명성을 쌓은 전설적인 뮤지션이다.
꾸준히 정규 앨범을 내면서 TV·연극·무용 등을 넘나들며 음악적 재능을 선보인 그는 특히 영화음악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1924년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영국 육상선수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불의 전차'(1981)는 그를 세계적인 음악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 주제곡으로 1982년 제54회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곡상을 받은 것은 물론 그해 빌보드 앨범·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지금도 그리스 유일의 아카데미상 수상자로 기록돼 있다.
이 곡은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메달 시상식 곡으로 다시 사용돼 음악 팬들을 추억에 잠기게 했다.
이외에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 '1492 콜럼버스'(1992) 등에서 선보인 주제곡도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반젤리스는 '비와 눈물'(Rain and Tears),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Spring, Summer, Winter, and Fall) 등으로 1970년대 한국 팝음악 팬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그리스 3인조 록밴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Aphrodite's Child)의 멤버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 팬들에게는 주옥같은 영화·팝음악 외에 2002년 한일월드컵의 공식 주제곡 '축가'(Anthem)의 작곡가로도 기억된다. 이 곡은 개막식은 물론 선수들의 경기 입장 때마다 경기장에 울려 퍼져 한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과 2004년 모국에서 개최된 아테네 하계올림픽의 주제곡 앨범 작업에도 참여했다.
스포츠뿐 아니라 과학계와도 인연이 깊다.
어릴 때부터 우주에 매혹됐다는 반젤리스는 유명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출연한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1980년 방영)의 음악 작업을 맡았고, 2001년 미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화성 탐사선 '2001 마스 오디세이' 관련 테마 음악을 만들었다.
2018년 타계한 영국의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장례식에선 재생장치로 재현한 고인의 음성을 기반으로 특별히 제작된 장송곡을 띄우기도 했다.
화가인 아버지와 음악을 공부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반젤리스는 정규 음악 수업을 받지 않고 6세 때 작곡을 하고 피아노 연주 콘서트를 열 정도로 음악 신동이었다고 한다.
그의 '비정규' 음악활동은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대학 전공은 음악이 아닌, 미술을 택했다. 예술 부문에서 그리스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아테네예술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그는 1988년 그리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규 음악 공부를 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음악적 창의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혀 시선을 끌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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