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앞 용산공원 부지 시범개방…'국민건강 문제없나' 논란
야당·환경단체 "유류-중금속 오염부지 졸속 개방" 반발
정부 "위해성 저감조치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게 개방"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정부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에 맞춰 오는 25일 용산공원 부지 일부를 시범 개방하기로 한 가운데 야당과 환경단체가 "중금속으로 오염된 땅을 정화 없이 졸속으로 개방하려 한다"고 반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번 시범 개방은 일회성 행사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계획에 없던 행사를 서둘러 추진하느라 정확한 토양 조사나 오염 정화조치도 없이 개방을 졸속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대통령실 이전으로 급속히 추진되는 시범개방
국토교통부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13일 동안 대통령 집무실 남측 일대의 용산공원 부지를 일반 국민에게 시범 개방한다고 밝혔다.
시범 개방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하며 1일 5회로 나눠 2시간 간격으로 관람객을 받는다. 총 3만2천500명가량이 이번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추산된다.
시범 개방 대상은 대통령 집무실 남측에 있는 장군 숙소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공간으로, 최근까지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지역이다.
당초 정부는 용산공원 개방 일정과 관련해 미군이 2016년 전체 기지 반환을 완료하면 2027년까지 공원 조성을 마치고 개원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기지 반환이 미뤄지는 점 등을 고려해 지난해 11월 반환 시점을 'N년'으로 설정하고 'N+7년' 개원을 목표로 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미군이 부지를 반환한 이후에는 오염 정화가 필요한 부지에 대한 정화공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바로 공원 조성이 가능한 부지는 곧바로 공원으로 착공해 임시개방하기로 했다.
이번 시범 개방은 임시개방 전 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부지 일부를 개방하는 것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애초 국토부는 시범 개방 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고 집무실 전면을 공원으로 조성해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힌 뒤 용산공원 부지 시범 개방 계획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2월 주한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사우스포스트 구역 중 장군 숙소 부지에 대한 '토양 안전성 분석 및 예방조치방안 수립 용역'을 지난달 14일 발주해 개방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3개월 동안 진행되는 용역을 통해 해당 부지의 토양에 있는 오염물질 등을 분석해 인체 위해성을 평가하고, 오염 저감 방안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9일에도 사우스포스트 구역에 있는 숙소와 학교, 야구장 등을 포함한 일부 구역(36만8천㎡)을 추가로 반환받았다.
이들 지역은 장군 숙소 부지와 함께 이번 시범 개방 대상에 포함됐다.
◇ 민주당 ·녹색연합 "국민 위험으로 내몰아"…정부 "임시개방에 큰 문제 없어"
그러나 정부의 임시개방과 시범 개방 추진에 야당과 환경단체 등은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환경부로부터 받은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를 인용해 반환 부지에서 다이옥신, 유류 오염물질, 비소 등 유해 물질이 검출돼 개방을 서두르는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반환받은 용산 미군기지의 토양 오염도가 기준치를 넘는데도 정부는 연내 공원으로 개방하겠다고 했다가, 우려가 높아지니 공원 체류 시간을 줄이거나 출입에 제한을 두는 임시조치를 한다고 한다"며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정화작업 없이 제한적으로 개방하겠다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기 의원은 "모든 부지에서 유류 및 중금속이 검출되고 있다. 휘발유를 부은 상태도 아닌데 토양을 모아 불을 붙이면 (불이 붙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기 의원은 환경부 조사 결과를 들어 공원 개발 인근 부지인 A4a 부지에서 다이옥신이 기준치의 최고 34.8배, 비소가 기준치의 39.9배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 국민에게 직접 개방 예정인 '1그룹' 내 A4b·A4f 구역의 경우 유류 오염물질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치의 29배 검출됐고, 지하수에서도 독성물질인 페놀이 2.8배 초과 검출됐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도 "아이들이 와서 흙을 먹거나 호흡하거나 피부에 닿을 수 있다"며 "정확한 정화작업이 돼야 영구히 개방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김민기 의원은 반환 미군기지를 임시 개방하기 위해 정부에서 '위해성 저감조치'를 한다고 밝힌 점을 꼬집은 뒤 "오염된 땅을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아스팔트를 깔거나 잔디를 심거나 보도블록으로 덮는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을 '위해성 저감조치'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용산공원 부지 시범 개방은 국민을 위험으로 내모는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국토부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군 숙소 부지의 TPH 수치(토양의 기름 오염 정도를 의미)가 기준치(공원 조성이 가능한)의 29배를 넘고, 지하수에서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벤젠과 페놀류가 3.4배, 2.8배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이런 중요한 내용은 시범 개방 보도자료에 전혀 언급돼 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인근의 '캠프 킴'에서는 다이옥신도 검출됐다"며 "국토부는 팡파르를 울리고 축하 세레머니로 치장한 용산공원 부지 시범 개방 사기극을 당장 멈추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임시개방·시범 개방 관련 비판에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해명자료를 내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이번에 시범 개방하는 숙소·학교 부지에 대해 환경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일부 보도 내용과는 달리 작년 5월 11일부터 이틀간 한미 공동으로 현장 방문한 후, 8월 17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약 5개월간 현장 조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또 "개방 예정인 대통령집무실 남측부터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부지는 최근까지 미군 가족들과 학생들이 사용하던 시설"이라며 "2020년 12월 반환받은 스포츠필드는 전문기관 분석에 따르면 평균적인 공원 이용 형태를 고려했을 때 임시개방에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더욱 안전한 이용을 위해 토양과 인체접촉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는 토사 피복(산책로 조성, 인조잔디 포장 등)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에 추가 개방되는 학교·숙소·야구장 등 지난 9일 반환한 부지에 대해서도 "공원에서의 체류시간, 이용 빈도 등을 감안해 토양 안전성 분석과 위해성 저감조치 후 임시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예정 중인 임시개방 시 국민들이 안심하고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용산 부분 반환 부지에 대해 환경 위해성 저감조치를 철저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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