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격에 '암모니아 강' 됐다"…'환경오염도 전범' 주장
격전지 독성 물질 오염 심각…전후 수십년 간 생명 위협
환경단체 "범죄 혐의 수집, 기소 증거 확보…처벌 선례 만들 것"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를 처벌하려는 것처럼 '범죄 수준'의 환경오염 행위도 전쟁 범죄로 단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거의 전 국토가 전장으로 변한 우크라이나의 환경 오염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우크라이나 당국과 환경 단체들은 지적한다.
우크라이나 환경부는 지난달 언론 브리핑에서 파괴된 군사장비와 탄약, 폭발한 미사일과 공중 폭탄의 잔해 등에서 나온 독성 물질과 중금속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오염 상태를 파악 중인 우크라이나 환경단체 '에코액션'은 수도 키이우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 그리고 동부 돈바스의 루한스크 등 격전지 부근에서 광범위한 오염 지역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환경부에 따르면 서부 도시 테르노필에서는 비료 저장고가 파괴된 뒤 인근 강물의 암모니아와 질산염 농도가 정상치보다 각각 163배, 50배 높게 검출됐다.
최근 러시아가 중화학 공업지대인 동부 전선 공세에 집중함에 따라 이 지역의 화학공장, 탄광, 정유공장 등이 공격받고 있는데, 탄광이 훼손되면 인근 주민의 식수원인 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다. 대형 화재가 일어나면 유독가스 배출 우려도 커진다.
스위스 제네바의 환경단체 '조이 환경네트워크'의 니콜라이 데니소프 부대표는 알자지라 방송에 "4월 말까지 우크라이나의 도시와 마을 등 600여 개의 거주지에서 3천300건의 오염 사례와 환경 범죄 증거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염 상태는 매우 심각하다. 이는 환경뿐 아니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환경·보건 전문가들은 전쟁으로 인한 환경 오염은 암과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아동 발달을 지연시킬 위험이 커지는 등 수십년 간 인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 혐의로 국제법정에 세우기 위해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등과 관련된 증거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환경과 관련된 범죄는 국제법정에 거의 기소된 적이 없지만 환경단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선례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환경 범죄 행위를 전범으로 처벌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예외적으로 지난 1990~1991년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당시 유엔은 이라크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공공 보건에 피해를 준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이 있어 유엔을 통해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전쟁범죄와 기타 중대한 범죄를 처벌하는 기관이지만 러시아는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캐롤 머펫 소장은 환경 범죄도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다루는 재판의 일부로 다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따른 결과로 환경피해가 발생했음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군사행동과 환경파괴, 그리고 인간의 고통을 연결하는 강력한 법적인 장치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ongb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