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유치원생에 군복무늬 원복?…"사관학교냐? 북한이냐?" 비판
"국가·왕실 사랑하자는 뜻" 해명에도 비판 이어지자 해당 유치원측 철회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의 한 유치원이 최근 군복과 비슷하게 생긴 원복을 6살 안팎의 원생들에게 입히려다 거센 역풍에 휘말리는 일이 발생했다.
논란은 서부 깐짜나부리주의 한 유치원이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학부모들에게 4종류 원복을 준비하라고 최근 요청한 데서 시작됐다.
월·화요일에는 일반 원복, 수요일에는 체육복, 목요일에는 군복 무늬 원복 그리고 금요일에는 태국도 회원국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상징이 그려진 조끼 등을 각각 입도록 안내했다.
경기도 어려운데 원복을 4종류나 사야 한다는 점에 불만을 가진 한 학부모가 이 사실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 내용이 퍼지면서 네티즌 비판이 쇄도했다.
특히 유치원생들이 군복과 유사한 원복을 입어야 한다는 점이 집중 성토 대상이 됐다.
관련 게시물에는 "유치원이 사관학교냐", "내가 북한에 사는 줄 알았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고 일간 방콕포스트는 12일 전했다.
유치원이 소속된 학교 측은 논란 초기에는 군복 무늬 원복이 '국가를 수호하는 군대' 프로그램을 위한 것으로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며 완강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학부모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가격을 애초의 절반가량으로 낮추겠다고만 했다.
그러나 비판이 가라앉지 않자 하루만인 전날(11일) 해당 프로그램은 계속하겠다면서도, 원생들은 일반 원복을 입고 참여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국가를 수호하는 군대' 수업은 지역 내 한 군부대에서 매주 목요일에 시행될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이 원생들에게 태국과 왕실을 사랑하고 태국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며 규율을 정립하게 한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살 안팎인 원생 180명가량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학부모들도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가진 설명회에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태국은 군부가 최고의 권력 집단이다.
1932년 절대왕정이 무너지고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후 2014년까지 19차례나 쿠데타가 발생해 군이 권력을 잡았다.
현 쁘라윳 짠오차 총리도 육군참모총장이던 2014년 여야 간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자 쿠데타를 일으켜 권좌에 오른 뒤 2019년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사회 전반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왕실 수호의 첨병을 자임하고 있으며, 기득권 세력과도 공고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군 출신으로 정부 장·차관을 맡거나 상원의원 또는 주요 공공기관장 등을 맡게 된 이들은 민간인 신분임에도 여전히 직함 앞에 장군(General) 등을 붙여 군 고위직 출신임을 내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