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尹정부에 '한중관계 중시' 보이며 대미밀착 견제
中 매체들 "왕치산 파견은 한중관계 중시 반영" 강조
노골적 압박 대신 '올리브 가지' 흔들며 미 '중국 봉쇄' 참여 견제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국의 기류는 기대와 견제가 미묘하게 교차하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난 3월만 해도 중국 관영매체나 관변 전문가들의 논조에서 감지되는 기류는 우려 쪽에 가까웠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점진적 참여 등이 포함된 대선 공약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려 노력한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에서 급격한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던 셈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닻을 올린 지금 한국이 미국 쪽으로 급격히 치우칠 것을 경계하는 중국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방법 면에선 노골적인 견제와 압박 대신 한중관계 중시 기조를 내세움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려 하는 모양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뢰를 받는 고위급 인사인 왕치산 국가부주석을 취임식에 파견한 데 대한 중국 매체들의 평가에 이 같은 중국의 의중이 묻어난다.
베이징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중국 지도급 인사의 해외 방문을 극도로 자제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과 가까운 왕 부주석을 한국에 파견한 것은 한중관계 중시 기조를 보여준 것이라고 관영 매체들은 강조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11일자 사설에서 왕 부주석이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데 대해 "그런 의례적인 임무에 그처럼 저명한 인물을 파견한 것은 중국 정부가 중한관계에 부여하고 있는 중요성을 부각시켰다"고 적었다.
또 다른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같은 날 기사에서 왕 부주석의 취임식 참석에 대해 "미국이 지정학적 진영과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안정과 번영을 위한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관계를 증진하고 협력하고 싶다는 중국의 바람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한미동맹 강화를 외교안보 정책의 간판으로 내걸고 집권한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및 한미정상회담(21일)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쪽으로 급격히 핸들을 꺾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왕치산 카드'로 한중관계 중시 기조를 보여줬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으로서는 한국 외교의 무게중심이 미국 쪽으로 확 쏠리거나 한국이 쿼드와 같은 미국의 대 중국 봉쇄망에 동참하는 상황을 고도로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노골적으로 견제구를 던지거나 우려를 표명하기보다는 한중관계 중시 기조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한미정상회담에 임하는 윤 대통령에게 중국의 존재를 잊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대응은 수년간에 걸친 사드 보복이 '소기의 성과'는 커녕 거대한 한국 내 반중 정서 확산으로 귀결됐다는 중국 내부의 자성론이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
'전술'은 조정될 수 있지만 한미 간 밀착을 경계하는 중국의 기본 시각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왕 부주석이 10일 윤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사드 갈등과 관련한 중국의 오랜 '레퍼토리'인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를 거론한 대목은 사드 문제를 포함한 중국의 핵심 이익 또는 중대 관심사를 건드리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또 관영매체는 한국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할 가능성에 주목하며 중국 정부를 대신해 '견제구'를 던졌다.
글로벌타임스는 11일 "한국의 경제 발전은 무역의 거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경제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중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어떠한 시도도 중국과 한국의 경제 무역 관계를 심각하게 해칠 것이고 심지어 중국의 맞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적었다.
결국 기대와 견제가 교차하는 중국의 한국 신 정부에 대한 기조는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에 좀 더 구체적 메시지로 표출될 전망이다. 당장은 '왕치산 카드'의 효과가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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