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지금] 제로 코로나 극단화…'군령' 표현까지 등장
주민 1명 감염에 같은 동 주민 전원 격리소로
"강제 격리소행은 불법" 법학자들 실명 비판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상하이 보위전'을 꺼내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관한 이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가 지난 5일 '상하이 보위전 승리' 목표를 제시하고 난 뒤 상하이시는 그간 점진적으로 진행한 봉쇄 완화 조치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
당 중앙정치국 위원이기도 한 리창 상하이 당서기는 8일 방역 현장을 시찰하면서 "방역 군령을 이행하는 것의 관건은 각종 방역 업무를 끝까지 잘 해나가는 것"이라며 "시진핑 총서기의 중요 연설 정신을 철저히 관철해 '제로 코로나' 총 기조를 흔들림 없이 견지해 더욱 단호한 조치로 공격점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제로 코로나' 달성 목표를 군사 명령인 군령에 비유한 리 서기의 발언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큰 사고'를 낸 상하이 지도자들이 상부로부터 얼마나 큰 압력을 받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경제·사회 손실을 감수하고 '경제수도'인 상하이를 40일 넘게 봉쇄했지만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날로 고조되고 당과 정부의 지도력이 크게 타격받고 있다는 점에 중국 당국은 초조해하고 있다.
강력한 봉쇄가 이어지는데도 여전히 상하이의 일일 신규 코로나19 감염자는 4천명에 육박해 매우 느린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우선 목표로 삼은 '사회면 코로나 제로' 목표 달성도 쉽지 않은 상태다. 격리소 바깥을 뜻하는 '사회면' 일일 신규 감염자가 최근 10명 안팎까지 떨어졌지만 공공·민간 분야에서 최소한의 사회 필수 인력의 이동이 제한적으로 허용된 상황에서 신규 감염자 규모를 더 낮추는 데 한계점에 봉착한 모습이다.
하지만 최고 지도부의 돌파 지시가 내려오면서 상하이시는 모든 경제·사회적 대가를 감수하고서라도 '사회면 제로 코로나'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모습이다.
먼저 격리 정책이 극단적 수준으로 올라갔다.
상하이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5일 민항구의 한 아파트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1명 발견됐다는 이유로 같은 동 주민이 모두 격리소로 보내졌다.
중국의 공식 방역 지침상으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면 감염자 외에 가족 등 밀접 접촉자만 격리소로 보내지는데 같은 동 주민 수백명을 모조리 밀접 접촉자로 간주해 격리소에 보낸 것이다.
상하이 각 구정부의 주민 통제도 더욱 엄격해졌다.
상하이 대부분 구가 이날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이동 금지 기간'으로 설정하고 주민들의 주거단지 밖 외출을 전면 금지했다. 칭푸구 등 일부 교외 지역의 '방어구역' 주민들이 누리던 제한적 근거리 외출 권리까지도 다시 박탈된 것이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징안구의 한 아파트 단지의 공고문을 보면 중국의 '제로 코로나 교조주의'가 말단 현장까지 가면 얼마나 극단적으로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단지는 공고문에서 "중앙정치국 회의 정신을 전면 관철하고 상하이 보위전에서 조기에 승리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선서한다"며 '이동 금지 기간' 골절, 심근경색, 뇌경색 등 생명이 바로 위험한 질병이 아니면 병원 치료를 위한 외출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일주일 동안 공동 구매를 포함한 식료품 등 일체의 외부 물품 구매를 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행정 일선의 방역이 이처럼 극단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는 관료주의가 팽배한 중국의 체제 특성도 크게 작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상하이 주민은 공무원인 친구를 통해 들었다면서 "각 구정부가 15일까지 기본적인 (사회면) 제로 코로나를 달성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사직한다는 군령을 받아 각 구 지도자들이 받는 압력이 매우 커 (방역) 수단이 날로 극단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오랜 봉쇄로 이미 불만이 극에 달한 상하이 주민들은 이제는 무섭기까지 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창닝구의 주민은 아파트 주민 단체 대화방에서 "상하이가 어떻게 된 것인지 너무나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도 "지도자들은 우리의 생명에는 관심이 없다"고 분개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극단화는 비단 중국의 주요 코로나19와의 전쟁터인 상하이에서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최고 지도부가 '제로 코로나'를 강조하면서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극히 미미한 단계에서 봉쇄와 코로나19 전수검사가 횡행하면서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
인구 2천만명이 넘는 수도 베이징의 경우 일일 확진자가 100명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도심 핵심 지역인 차오양구 상당 지역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에서 도시 전체에 걸친 코로나19 전수 검사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인구 500만명의 장시성 이춘시는 더욱 극단적인 경우다. 코로나 감염자 단 1명이 나왔다고 8일부터 전면 봉쇄에 들어갔다.
3월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중심지이던 지린성 지린시도 사실상 다시 봉쇄를 시작했다. '사회면 제로'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지난달 28일부터 정상화에 들어갔는데 제로 코로나 성과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시 주민 이동을 금지하고 코로나 전수검사에 들어간 것이다.
최고 지도부가 '제로 코로나'를 최우선 목표로 강조하면서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도 경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소위 '두 마리 토끼'론도 쑥 들어갔다. '제로 코로나'라는 깃발을 단 열차가 폭주하는 양상이다.
노무라증권은 보고서에서 "(정치국 상무위) 회의에서 경제 문제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며 "이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유지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에도 논리는 있다. 중국은 최대한 강력한 방역 정책을 통해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를 '제로 코로나'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 경제·사회적 비용을 가장 적게 치르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속한 추적과 격리가 핵심인 중국식 'C-방역' 효율성이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크게 저하된 상황이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은 근본적 시험대에 올랐다.
딱 일주일만 고생하면 다시 사회가 정상화할 것이라는 당국의 약속은 이곳 상하이에서 일주일마다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되고 있고 시민들은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서슬 퍼런 경고에도 '제로 코로나 금기'에 도전하고 있다.
퉁즈웨이 상하이 화둥정법대 교수 등 법학자 20여명은 인터넷에 올린 공개 의견서에서 "주민들을 강제적 방법으로 격리소로 보내는 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중지해야 한다"며 "코로나19가 독성이 강하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은 바이러스인 만큼 과도한 방역을 막아 득보다 실이 더 커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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