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전승절 전날 서방 고위인사 우크라행…"전쟁 멈춰야"(종합2보)
미국 퍼스트레이디·캐나다 총리·독일 연방하원의장 등 방문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독일 나치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전승절을 하루 앞두고 서방 고위 인사들이 러시아의 침공이 이어지는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연대의 뜻을 나타냈다.
미국 퍼스트레이디인 질 바이든 여사는 '어머니의 날'인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 마을 우즈호로드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를 만났다.
6일 루마니아를 시작으로 동유럽을 순방 중인 바이든 여사는 슬로바키아에서 차량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우즈호로드까지 이동한 시간은 약 10분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여사는 우즈호로드 내 한 학교에서 젤렌스카 여사와 대면했다.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의 임시 거주 시설로 활용돼온 곳이다.
바이든 여사는 "나는 이 잔혹한 전쟁이 중단돼야 하며 미국인들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전격적인 방문 배경을 설명했고, 젤렌스카 여사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두 사람은 공개 및 비공개 형식으로 대화를 나눈 데 이어 현지 아이들이 어머니의 날 선물로 종이 휴지 곰을 만드는 행사에도 참석했다. 바이든 여사가 우크라이나에서 체류한 시간은 2시간가량이었다.
바이든 여사의 이번 방문은 남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역할을 대신한 성격이 짙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발발 후 줄곧 우크라이나 방문을 희망했으나 안전·경호 문제 등으로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AP는 이에 대해 바이든 여사가 "남편이 하고 싶어했던 개인 외교를 수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부총리·외무장관 등 내각 핵심 인사들과 함께 예고 없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소도시 이르핀을 방문했다.
올렉산데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이 텔레그램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된 군사시설은 물론 민간 거주지역도 둘러봤다고 한다.
트뤼도 총리는 취재진에 "러시아의 불법 전쟁에 따른 참상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전쟁 초기 격전지로 꼽히는 이르핀은 한동안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이다. 러시아군 퇴각 이후 우크라이나 측에 의해 민간인 집단 학살 등 전쟁범죄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르핀 방문 후 키이우로 이동해 현지 캐나다 대사관에 국기를 직접 게양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대사관이 다시 키이우로 복귀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조처다.
키이우 주재 캐나다 대사관은 지난 2월 전쟁 발발과 함께 잠정 폐쇄됐고, 이후 우크라이나 르비우, 폴란드 등을 전전했다.
캐나다 대사관은 조만간 키이우에서 업무를 재개한다고 트뤼도 총리는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극악무도한 전쟁 범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러시아인 40명, 5개 단체, 올리가르히(러시아의 신흥 재벌), 국방 분야 관련자 등 "푸틴의 전쟁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신규 제재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더 많은 군사 원조, 드론 카메라, 위성 사진, 소형 무기, 탄약, 지뢰제거 작전을 위한 재정 지원을 공표한다"고 말했다.
또 캐나다 정부는 키이우에서 주우크라이나 대사관을 다시 열고, 식량 안보를 위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2천500만달러(약 318억원)를 제공하며, 모든 우크라이나산 수입품에 대해 내년 관세를 폐지한다고 트뤼도 총리는 전했다.
이외에 배르벨 바스 독일 연방하원 의장도 이날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제2차 세계대전 희생자들을 함께 추모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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