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선주자들, 마지막 유세 '통합 vs 역사' 지지 호소
마르코스측 "100만명 운집" 로브레도측 "80만명" 기 싸움
경찰, 오늘부터 대선 당일 이틀간 '금주 조치'…긴장 고조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9일 치러지는 필리핀 대선을 앞두고 지난 7일 밤 열린 마지막 공식 선거 유세에서 유력 대선주자들은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경찰은 대선 하루 전과 당일 이틀간 필리핀 전역에서 금주 조치를 시행하는 등 선거를 목전에 두고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은 전날 마닐라시 인근 파라냐케시에서 마지막 유세를 펼쳤다.
마르코스 측은 유세에 10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모였다고 주장했다고 일간 필리핀 스타는 전했다.
유세에서 마르코스는 "우리가 힘을 합쳐 다시 세계와 마주하고 우리의 깃발을 흔들 때 우리는 필리핀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필리핀스타는 이에 대해 마르코스가 예의 하던 대로 통합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강력한 경쟁자인 레니 로브레도(57) 부통령은 마닐라 인근 마카티시의 금융 중심 지구를 찾았다.
로브레도측은 로브레도를 상징하는 분홍색 옷을 입은 지지자 등 군중 약 8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고 일간 인콰이어러지가 보도했다.
지난 1983년 아키노 상원의원 암살 당시 젊은 층이 분노해 항의 시위에 나선 이후로 이곳에 모인 최대 규모 인파라고 신문은 전했다.
로브레도는 유세에서 "여러분 각자는 역사가 쓰이는 동안 모든 이가 잠들어 있지는 않았다는 살아있는 증거다. 필리핀 국민을 위해 이기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임 기간 100억 달러(약 12조7천억원)를 부정 축재한 마르코스 일가가 다시 권력을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불행한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마르코스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그는 현지 조사기관인 펄스 아시아가 지난달 16∼21일 2천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56%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로브레도 부통령은 23%로 뒤를 이었다.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43) 상원의원은 지지율이 7%에 그친 상황이다.
한편 필리핀 경찰은 대선을 하루 앞둔 이 날부터 이틀간 전역에서 금주 조치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성명을 내고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8∼9일 이틀간 누구라도 술을 팔거나 제공하거나 사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찰은 이를 어길 경우, 징역 1∼6년 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관광부 승인을 받은 호텔이나 리조트, 식당 그리고 다른 시설들이 관계 당국의 동의를 얻은 경우, 외국인들은 예외적으로 술을 사거나 마실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중요한 이틀간 일어날 수 있는 소란이나 과열된 논쟁을 피하기 위해 규정을 엄격하게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또 공식 선거운동이 7일로 종료된 만큼, 이후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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