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부자 도피처 된 두바이…부동산 매입 작년보다 67% 급증
"투자 목적 아닌 '제2의 고향' 찾는 이주 증가"
기업도 엑소더스…"침공 후 10일 만에 20만명 국외 이주"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제재를 피해 해외로 이주하는 러시아 부호들이 늘어나면서 올해 1분기 러시아인의 두바이 부동산 매입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는 6일(현지시간) 두바이의 부동산업체 베터홈즈의 집계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유입으로 두바이의 고급 빌라 및 아파트 수요가 늘고, 부동산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업체 모던리빙은 러시아인 수요 증가에 맞춰 러시아어가 가능한 직원 다수를 고용했다.
모던리빙 최고경영자(CEO) 티아고 칼다스는 "러시아인들은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게 아니다. 그들은 두바이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바이에서의 회사 설립을 지원하는 기업인 버추어존도 러시아 고객이 크게 늘었다.
이 회사 CEO 조지 호제이게는 "침공 이후 러시아인의 문의가 이전보다 5배 늘었다"며 "경제 붕괴를 우려한 러시아인들이 부를 지키려고 이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다국적기업과 러시아 스타트업들이 직원들을 아랍에미리트(UAE)로 이동시키는 등 기업들의 해외 이전도 가속화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업체 위웨이의 공동 창업자 푸아드 파툴라예프는 침공 이후 수백명의 직원을 두바이로 배치했다.
러시아 시민인 그는 "전쟁은 우리의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수백명을 해외로 옮기게 되면서 과거처럼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파툴라예프는 대부분 서방기업이 러시아 기반의 기업과 관계를 단절한 탓에 국제적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 JP모건, 구글 등 러시아 사무소를 폐쇄한 글로벌 기업들 역시 직원들을 두바이로 옮기고 있다.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 2달간 러시아인 수십만명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한 러시아 경제학자는 침공 이후 10일 만에 러시아인 20만명이 국외로 이주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인들이 UAE를 찾는 것은 UAE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국제 제재 이후 외환 보유고 방어를 위해 1만달러 이상 외화의 국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고, 이에 따라 러시아인들은 해외 결제를 위해 암호화폐를 활용하기도 한다. 현금과 암호화폐를 이어주는 중개인을 둔 사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UAE는 서방 국가의 러시아 제재 요구를 거부했고, 제재 대상이 아닌 러시아인에 대해서는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UAE의 입장에 대한 국제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러시아로부터의 투자가 증가하기 수 개월 전 UAE를 '그레이 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 방지와 관련해 UAE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UAE 정부는 지금까지 인바운드 투자 규제에 상당한 조치를 취했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FATF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jo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