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EU 제재에 새 에너지 고객 찾아 나섰지만 고전 중"
"인프라 까는 데만 수년…중국마저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줄여"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러시아가 유럽의 제재에 맞서 아시아 등지로 원유와 원자재 등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새로운 고객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 신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에너지산업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려는 유럽에 맞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으로의 수출 확대 계획 마련을 지시했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는 시베리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위한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과 북해항로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은 올해 1분기 기준 러시아 재정 수입의 42%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제재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요마저 불확실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러시아의 새로운 수출 대상 확보 노력이 단시간 내에 성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WSJ은 러시아가 아시아로의 원유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파이프라인 등 수출 인프라 구축에만 수년이 걸린다면서 해상운송 역시 선박보험 문제로 유조선 용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이 준비하고 있는 6차 제재에 원유와 함께 선박보험까지 포함되면 해상을 통한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마비될 수도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또한 주요 무역중개상들이 러시아 사업을 줄이고 있으며, 러시아의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은 중국마저 수입선 다변화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실제 중국은 러시아의 기대와는 달리 지난 3월 러시아 원유 수입량을 14%나 줄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인도는 지난달 러시아 우랄산 원유를 하루 70만배럴(bpd) 정도로 수입량을 크게 늘렸지만, 헐값에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지난 3월의 경우 인도는 적어도 20% 이상 할인된 가격에 러시아 원유를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인도 정유사 등이 제재와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융권의 자금 지원을 받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러시아 입장에서는 문제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국제 상품정보 제공 업체인 케이플러의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빅토르 카토나는 러시아가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는 판매자가 되고 있다는 점이 러시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운송 문제로 인해 러시아가 상품 수출지역을 확대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석탄의 경우 최대 수출지역인 아시아로의 수출 확대 여지는 있지만, 유럽보다 긴 수송거리와 철도 정체, 높은 보험료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도 아시아와 남미, 중동으로의 수출 확대를 시도하고 있으나, 아시아와 남미는 이미 자체적으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고 있어 러시아의 수출 확대 여지가 크지 않다.
니켈과 팔라듐도 강력한 수요에도 운송 수단을 찾지 못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니켈과 팔라듐 생산업체인 러시아의 MMC 노릴스크 니켈은 주로 항공기로 운송되는 팔라듐은 영공폐쇄로 인해 수출길을 잃었으며 유럽 항구들은 자사 상품의 하역을 불허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러시아 중앙은행에 의한 인위적인 루블화 강세도 러시아 상품의 수출 경쟁력을 갉아 먹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k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