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英 총리 우크라 의회 화상연설…4천800억 군수지원 발표(종합)
"우크라 승리할 것…후세에 기억될 시간" 러 침공 후 서방 지도자 첫 연설
지방선거 앞둔 시점…생계비 상승·난민 비자 발급 지연 등 문제 제기돼
(런던·서울=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윤종석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화상연설을 하면서 3억파운드(4천750억원)에 달하는 추가 군수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러시아 침공 후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서방 지도자가 연설한 것은 처음이다.
영국이 새로 지원하는 무기에는 전자전 장비와 대(對)포병 레이더 시스템,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장비, 야시경 등 첨단 장비가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또한 고립된 우크라이나군에 물품을 지원할 수 있는 중형 화물 드론 시스템도 지원된다.
우크라이나 행정부가 동부지역 등지에서 업무에 쓰거나 민간인 대피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수십대의 민간 차량도 지원 방안에 들어 있다.
영국은 지난주에는 대공포 장착 장갑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고 그에 앞서 대전차 미사일과 대공방어시스템 등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영국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수 지원은 5억파운드(8천억원)에 달하게 됐다.
미국은 현재까지 30억달러(3조8천억원) 어치의 군수물품을 지원했고, 지난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보다 훨씬 많은 200억달러(25조3천억원)의 추가 지원을 의회에 요청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무기 지원을 두고 사실상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크렘린궁은 최근에는 서방의 무기 지원은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러시아는 그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슨 총리는 사전 녹화된 영상에서 "오늘 나의 메시지는 우크라이나는 승리하고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나치 독일의 침략에 프랑스가 붕괴하기 직전이던 1940년 6월 윈스턴 처칠 전 총리가 한 연설 가운데 " "만일 대영제국이 천년을 간다면 사람들은 '이때가 그들에게 최고의 시간(finest hour)이었다'고 말할 것"이라는 유명한 구절을 인용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인들은 당시 단합과 결연함을 보였기에 큰 고난을 겪었지만 그때를 우리에게 최고의 시간으로 기억한다"며 "지금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후세에 기억될 값진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때 서방 국가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하기엔 너무 느렸고 푸틴을 공동 제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쟁을 선과 악의 충돌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침공 이후 처음으로 의회에 출석해서 영국과 우크라이나는 이제 형제자매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야당 등에서는 5일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지지율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지적을 한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선거에선 에너지 요금 등 생계비 급증이 주요 이슈이다.
존슨 총리는 이날 ITV 인터뷰에서 생계비 관련 질문을 받고 궁지에 몰렸다.
그는 처음엔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난방비가 없어서 무료승차권으로 온종일 버스를 타는 런던의 70대 노인 사례가 나오자 궁색하게 말을 바꾸었다.
또 영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는 대조되게 난민 비자 발급은 매우 더디다.
주영 우크라이나 대사는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부 장관에게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불필요하고 관료주의적인 비자 발급 정책을 완화해달라고 촉구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난민 2만7천명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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