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이나 전쟁, 국내 보험사 재무건전성에 악영향"
보험硏 보고서…"해상·운송·수출신용보험 등 보험료·분쟁↑"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이 국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보험연구원 소속 한상용 연구위원 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번 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금융변동성을 확대해 국내 보험사의 투자성과와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국내 보험사의 부동산·주식·채권 투자에서 해외 투자 비중은 약 12.8%에 해당한다.
이는 국내 보험업계가 전쟁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인한 2차 충격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생명보험회사는 투자 레버리지(자본 대비 투자 정도)가 크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자기자본비율에 부정적 영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보험금 청구액이 커지고 보험회사의 수익률이 낮아지는데,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하면 보험사고 발생 시점과 보험금 지급 간 시차가 큰 상품 부문에서 준비금 부족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우려와 긴축 기조에 대한 부담으로 발생한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가치 하락과 지급여력비율을 하락으로 이어져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됐고 이는 미국 등 서방의 긴축통화정책을 이끌어 전 세계적으로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작년 말 1.5% 수준에서 가파르게 상승, 지난달 1일 기준 2.9%를 돌파했다. 국내 국고채 10년물의 평균 금리도 작년 12월 2.04%에서 3월 말 2.78%로 급등했다.
저자들은 "국내 보험회사의 자본은 채권 위주 투자와 장기계약 비중이 높아 금리 변화에 민감하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초래된 금융변동성의 2차 충격으로 인한 영향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국내 보험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투자한 사례가 많지 않아 손해액 증가 등 직접적 영향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해상보험, 운송보험, 수출신용보험, 신용보험, 사이버보험에서는 보험료 증가, 보험 제공 중단, 보험금 분쟁 증가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보험은 전쟁 면책이 적용되나 개별 사례에서 면책 적용 여부를 놓고 분쟁이 예상된다.
해외 보험산업의 직접적 손해 규모를 좌우할 분야로 항공보험이 꼽힌다.
유럽 각국이 러시아에 항공기 대여 계약을 철회하는 제재에 동참하자 러시아는 유럽에서 대여한 항공기 약 100억달러 규모를 억류했다.
영국 보험사 마시(Marsh)는 억류된 항공기를 회수하지 못한다면 보험산업의 손실은 미국 9·11 테러 때를 웃돌아 항공보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