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봉쇄 한달] ① 시진핑 치적 '제로 코로나' 최대 위기
'대관식' 앞두고 상하이 봉쇄 이어 베이징도 중대 국면
고강도 방역의 경제·사회적 손실 누적…출구전략 고민 커질듯
[※편집자 주 = 인구 2천500만의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시가 26일로 봉쇄 30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수도 베이징도 25일 일부 구역을 사실상 봉쇄했습니다. 이에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과 중국 경제 및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 보는 기획 3편을 송고합니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 봉쇄가 한 달로 접어드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대 치적 중 하나인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動態淸零·동태청령)' 정책도 위기에 봉착했다.
2020년 초 우한발(發) 코로나19 사태 때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렸던 시 주석에게 '제로 코로나'는 일대 반전을 가져다줬다.
이 정책은 외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최소화하고, 모든 입국자를 3주 안팎 격리해 해외발 유입을 틀어막는다. 지역사회에선 감염자가 나오면 해당 지역 모든 주민을 자가 격리시킨 채 전원 핵산(PCR) 검사를 벌여 감염자와 1.2차 밀접접촉자를 찾아내 격리시설로 옮긴다.
제로 코로나는 우한을 시작으로 한 코로나19의 산발적 확산을 잡으면서 미국 등 서방의 대규모 확산에 따른 인명 피해 속출과 대조를 이뤘다. 이에 제로 코로나는 서방과의 체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상징'으로까지 부상했다.
특히 제로 코로나에 입각한 방역 성적표는 올가을 시 주석의 3연임을 뒷받침하는 명분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상하이에서 폭발한 오미크론 변이가 반전을 불렀다.
중국 당국은 경제에 미칠 타격을 감수하고 상하이 봉쇄라는 '고육책'을 썼지만 오미크론의 전파력을 잡는 데 역부족인 상황에 부닥쳤다.
상하이 일일 신규감염자 수는 도시 봉쇄 13일째인 지난 10일 2만6천355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2만명 안팎을 지속하고 있다. 당국이 '사회면 제로 코로나'를 봉쇄 해제의 기준점으로 삼은 가운데 '사회면 감염자' 수 역시 지난 19일 2천190명에서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200명대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사회면 제로 코로나'는 격리시설 바깥에서는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당국은 지난 17일에는 사망자 수를 처음 공개했다. 이후 24일까지 누적 사망자 수가 138명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효과 면에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여기에 고강도 방역에 따른 경제적 타격과 함께 인도주의적 문제는 제로 코로나의 이면을 들춰내고 있다.
1∼2월 호조에 힘입어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4.8%로 발표됐지만, 상하이 봉쇄의 영향이 2분기 실적에 본격 반영된다. 올해 5.5% 성장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
엄격한 봉쇄 조치의 영향으로 다른 질환이 있음에도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이 나오는 등 인도적 피해도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결국 시 주석 3연임을 뒷받침할 치적의 하나로 꼽힐 것으로 보였던 제로 코로나를 통한 방역 '성과'가 '실책'으로 전락할 위험에 직면한 모양새다.
중국은 선거를 통해 최고지도자를 뽑지 않지만 시 주석이 이전 장쩌민·후진타오 시기의 10년 집권 전통을 넘어 집권을 연장하는 중요한 변화를 무리 없이 이뤄내려면 올해 정치·사회·경제적 안정이 절실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터에 상하이발 코로나 확산은 그 안정을 흔드는 변수가 됐고, 제로 코로나도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점점 퍼지고 있다.
일단 중국 정부는 연일 관영 매체들을 통해 제로 코로나 정책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위드 코로나'로 갈 경우 14억 인구의 중국에서는 엄청난 인명 희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주된 논리다.
그러나 이런 논리의 이면에는 중국이 독자 개발한 불활성화 방식 백신과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외국 백신 간 예방 효과 차이 논쟁, 상대적으로 낮은 고령자군의 백신 접종률, 인구 대비 중증환자 치료시설 부족 등이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고강도 방역을 풀면 그간 잠복해 있던 이런 문제들이 둑 터지듯 불거져 나오면서 많은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숱한 논란에도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당 대회를 앞두고 '방역의 정치화' 문제를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확산은 빠르되 중증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방역으로 가지 못하는 데 감염자 수 중심으로 선전해온 방역 성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경직된 사고가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 상하이에 이어 수도이자 또 하나의 인구 2천만명대 거대 도시 베이징에서도 25일부터 일부 지역이 사실상 봉쇄 상태에 들어감에 따라 중국 지도부가 갈수록 어려운 선택으로 몰리는 양상이다.
베이징은 지난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 계기를 제외하고는 시 주석이 2년 이상 대면 외교를 중단하면서까지 방역의 '만리장성'을 쌓았던 곳이다. 또 하반기 당 대회 무대라는 점에서 감염 확산을 막는데 역량을 총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결국 피할 수 없는 질문은 제로 코로나의 '출구전략'에 대한 것이다.
중국의 '국민 방역전문가'라 할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가 최근 논문에서 제로 코로나의 장기화는 추구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힌 데서 보듯 중국 안팎에서는 치료제 개발과 백신 추가 개발 및 접종 상황에 발맞춰 언젠가 출구전략을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다만 체제 경쟁과 정치적 의미까지 더해진 중요한 정책을 변경하려 할 경우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책을 설명하고 납득시킬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하반기 당 대회 때까지는 제로 코로나를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에 현재로선 힘이 실린다.
상하이와 베이징 등의 봉쇄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예상을 크게 넘어설 경우 제로 코로나 기치는 유지하되, 인원과 물류의 이동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식의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