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약없는 봉쇄 힘들지만 한국인 단결 대단해요"
교민 비상물품 배달 차량기사 된 이준용 상하이 교민회장
"유학생에 자기 집 냄비 보내준 교민까지, 자발적 지원 봇물에 감동"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장기간 봉쇄로 가장 힘든 거요? 도대체 언제 끝날 것인지 아무런 기약이 없다는 것이에요. 그렇지만 어려운 상황에도 한국인들의 단결이 대단해요"
이준용 상하이 한국상회(한국인회) 회장은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인구 2천500만명의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는 이날로 28일째 봉쇄 중이다.
도시 내 이동이 전면 통제된 가운데 이 회장은 현지 당국으로부터 어렵게 통행증을 발급받아 매일 12시간씩 식료품이 떨어지는 등 다급한 어려움에 처한 교민들에게 비상 물품을 전하는 배달 기사 일을 하고 있다.
상하이에는 유학생 2천명가량을 포함, 약 3만명에 달하는 우리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 현재 상하이 우리 교민 규모는 얼마나 되나. 봉쇄 이후 귀국하려는 교민들에게 어려움은 없나.
▲ 전체 교민을 2만7천명에서 3만명 사이로 본다. 이 중 유학생이 2천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상해시가 지난 3월 28일 전면 봉쇄를 한 후 교통편이 전혀 없다. 우리(한국상회)가 총영사관과 협력해 현지 당국으로부터 공항까지 귀국을 원하는 우리 교민들을 나를 전용 버스 운행을 허가받았다. 지난 18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운행해 120명 정도를 공항으로 가실 수 있게 했고, 오는 25일에도 80명 정도가 예약되어 있다. 상하이에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특정 나라 국민을 위한 공항 이동이 보장된 건 쉽지 않은 일이다.
-- 매일 상하이 거리애서 차를 몰고 다닐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지금 상하이의 거리의 모습은.
▲ 스산할 뿐이다. 다니는 차는 물류 트럭 뿐인데 이마저도 굉장히 극소수다. 거리의 모든 상점은 문을 닫아 도시가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거리 곳곳에 검문이 매우 많다. 차나 배달 오토바이를 세워 48시간 이내 코로나 음성 증명서를 본다. 고가도로에 올라가거나 지역이 바뀔 때마다 검문소가 있다. 물건을 배달하는 단지에서는 그 자리에서 추가로 신속항원검사를 요구하는 곳도 많다.
-- 오랜 봉쇄로 교민들이 겪는 어려움이 크다. 교민들이 어떤 도움을 우선 필요로 하는 상황인지.
▲ 상하이시가 전면 봉쇄는 없다고 단언을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감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통제가 안 된다고 판단해 갑작스럽게 봉쇄에 들어갔다. 교민들이 집 밖에 전혀 나가지 못하고 계속 PCR 검사와 신속항원검사를 수시로 받으면서 심리적 압박감, 피로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다. 인터넷, 슈퍼 등 기존에 식료품을 구할 수 있는 길이 모두 막힌 상태에서 시민 대부분이 단지 단위의 공동구매에 의존해 식료품을 구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교민 중에는 여러 사정으로 공동구매에 참여하기 어려운 분들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가 열흘에 한 번 정도 식료품을 무료로 주기는 하지만 양도 충분치 않고 일부 품질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취약한 여건에 계신 분들에게는 식료품 등 긴급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 교민 지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교민 여러분의 자발적 지원이 여러 갈래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유학생들의 어려움이 전해지면서 메신저 대화방에서 모인 분들이 가장 먼저 유학생 지원에 나섰고 이제는 중국 생활 경험이 많은 자원자들이 멘토처럼 나서 유학생 한두 명을 책임지는 맨투맨식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메신저 대화방에 '유학생 도우미', '맨투맨', '1TO1' 등 방이 만들어져 여기서 모인 분들이 적극적으로 유학생들에게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렇게 지원을 받은 유학생이 800명 정도에 달했다. 어떤 분은 유학생이 요리해 먹을 도구가 없다고 하자 자기 집에 있는 냄비 같은 취사도구를 보내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우리 한국상회는 총영사관과 민관합동 대응팀 차원에서 교민 긴급 물품 지원을 하고 있다. 도움을 요청해오신 분들이 교민과 유학생 등 300여 가구 이상이고 계속 지원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 역시 가장 많은 건 식료품 구매 어려움 호소다. 상하이 전면 봉쇄로 물품을 보내는 방법을 확보하는 게 가장 어려웠는데 총영사관의 도움으로 한국상회와 코트라가 각각 1대씩 차량 운행 허가를 받았다. 여기에 한 한국 기업이 통행증이 있는 귀한 화물차와 기사를 통째로 무상 대여해줬고, 통행증이 있는 화물차 2대를 추가로 더 돈을 주고 빌려 현재 차량 5대를 교민 물품 배송에 쓰고 있다. 오늘 하루 교민 180가구 정도에 물품을 나눠드렸다. 한국 기업들이 식품류를 중심으로 많은 기증을 해 줬다. 교민 분들이 800여분이나 희망나눔 모금에 동참해줬다. 총영사관은 건물을 창고처럼 내주고 출근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이 물품 입고, 소분, 출고 등을 도맡아 하면서 창고 직원처럼 일해주고 있다.
-- 봉쇄로 상하이에서 병원 치료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여건이다.
▲ 메신저 대화방으로 운영되는 SOS솔루션 팀에서 한국 의사 10여 분이 들어와 하루 수십 건씩 교민 의료 상담을 1대 1로 해 드리고 있다. 이와 별도로 중국에서 중의대를 졸업한 한국인 중의사들의 모임인 상하이민간의료지원단도 교민들의 의료 상담을 해 주고 필요한 약까지 구해 자택으로 보태드리고 있다고 들었다.
모두 경험해보지 못한 봉쇄를 갑자기 당한 상황에서도 교민 분들이 정말 자발적으로 유학생들을 돕겠다고 나서고, 더 어려운 교민을 위해 써 달라면서 기부를 해 주셨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상하이에 함께 사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단결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교민 분들이 물질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함께 마지막까지 잘 견뎠으면 한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