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서방에 '핵시위'…'히로시마 원폭 2천배' ICBM 시험발사(종합)
사르맛 첫 시험 성공…핵탄두 15개 싣고 지구상 어떤곳도 타격
푸틴 "적들 다시 생각하게 할 것"…전문가 "러 문제 군사해결 불가 메시지"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윤종석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에 핵 위협을 해 온 러시아가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RS-28 '사르맛'의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타스·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20일(현지시간) "이날 오후 3시12분(한국시간 오후 9시12분) 아르한겔스크주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사르맛 ICBM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시험용 탄두는 캄차카반도의 예정된 지역에 정확히 명중했다"며 "이번이 사르맛 미사일의 첫 시험발사"라고 전했다.
이어 "테스트 과정이 마무리되면 사르맛 미사일은 전략 미사일 부대에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TV 연설을 통해 사르맛 미사일의 시험발사 성공을 알렸다.
그는 "이 독특한 무기는 우리 군의 전투력을 강화하고, 위협으로부터 러시아의 안보를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며 "러시아를 위협하려는 적들을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맛은 2009년부터 우랄산맥 인근 첼랴빈스크주 마케예프 로켓 설계국에 의해 개발돼 온 격납고(사일로) 발사형 3단 액체연료 로켓 ICBM이다.
러시아가 지상 발사 핵전력의 근간으로 옛 소련 시절 생산된 ICBM R-36M '보예보다'(나토명 SS-18 '사탄') 대체용으로 개발해온 사르맛은 2016년 10월 마케예프 설계국이 웹사이트에 처음으로 사진을 올리면서 주목받았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의 개발을 2018년 완료하고서 지금껏 시험발사를 여러 차례 미뤄왔지만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미사일 시험을 단행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러시아는 이 ICBM을 올가을에는 실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드미트리 로고진 최고경영자(CEO)는 SNS에서 "올가을 사르맛에 대한 테스트가 완료되면 미사일들을 러시아 전략미사일부대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대사거리가 1만8천㎞인 사르맛은 메가톤(TNT 폭발력 100만t)급 독립목표재돌입(핵)탄두(MIRV)를 15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오브젝트 4202'(object 4202)로 불리는 신형 극초음속(HGV. 음속의 5배 이상) 탄두 탑재도 가능하다.
지구상 어느 곳이든 1시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는 HGV는 미사일에서 분리된 뒤에도 자체 경로를 따라 비행하도록 설계돼 있다.
사르맛에 장착된 핵탄두의 위력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2천 배 큰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사르맛 1기로 프랑스 전체나 미국 텍사스주 정도의 지역을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IMEMO RAS'의 드미트리 스테파노비치 연구원은 WSJ에 "러시아가 핵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서방에 러시아와 관련한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서방에서 잘 접수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서방국들이 러시아를 비난하면서도 직접적인 전쟁을 벌일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시험 발사 전 미국에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은 이달 초 러시아와의 핵 긴장 완화를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LGM-30G 미니트맨 3'의 시험발사를 취소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에 여러 차례 핵 무기를 언급했지만 ICBM을 발사하며 실질적인 핵 위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면서는 "러시아는 가장 강력한 핵보유국"이라며 "어떤 침략자라도 우리나라를 직접 공격하면 패배와 불길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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