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체첸·시리아·와그너…용병 탓 전쟁 잔혹해질라
러, 격렬한 교전 지역에 용병 그룹 투입…민간인 살해·고문 전력
비인도적 전쟁범죄 벌여도 책임 소재 불분명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2019년 공개된 사진 한 장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얼핏 보면 군복의 청년들이 옹기종기 앉은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진 아래쪽엔 방금 몸통에서 잘려 나온 듯한 사람의 머리가 놓여 있었다.
머리의 주인은 시리아군 탈영병이었다.
별도로 공개된 동영상에는 피해자가 고문·참수당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청년' 중 적어도 한 명은 시리아 내전에 파견됐던 러시아 용병단 와그너그룹 소속으로 확인됐다. 용병단의 잔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와그너그룹, 체첸군 등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무장 단체들이 교전이 치열한 우크라이나 남동부와 동부에 집결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쟁이 더 잔혹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쟁 초기 고전했던 러시아가 전세를 압도하기 위해 실전 경험이 많고 전투력이 강한 이들 용병 그룹을 전장에 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용병 기업 와그너그룹을 이끄는 예비게니 프리고진 대표가 최근 현장 작전지휘를 위해 돈바스 지역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와그너그룹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성향 분리 독립주의 세력을 지원하면서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후 시리아, 리비아,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베네수엘라 등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독재 지도자의 부름이 있는 곳이면 전세계 어느 곳이든 달려갔다.
문제는 와그너그룹 소속 용병이 곳곳에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이다. 최근 유엔은 보고서에서 와그너그룹이 말리에서 약 30명을 한꺼번에 묶고 휘발유를 부어 산 채로 불태웠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와그너그룹 소속 용병이 말리 현지인 300명을 집단 처형했다는 인권 감시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보고도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와그너그룹 용병 수천 명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의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전쟁을 더 잔혹하게 만들 수는 있다"고 진단했다.
시리아 출신 병력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대거 이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시리아에서 러시아군을 지휘했던 알렉산더 드보르니코프 장군이 러시아군 총사령관으로 최근 기용된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드보르니코프 장군은 2015년 러시아군을 이끌고 시리아에 진입, 수세였던 시리아 정부군을 도와 전황을 단번에 반전시킨 전력이 있다.
특히 시리아군과 함께 민간인 피해를 아랑곳 하지 않는 이른바 '평탄화 작전'을 주도해 악명이 높았다.
시리아인권관측소 라미 압둘라흐만 대표에 따르면 최근 시리아 최정예 '호랑이 부대'로 알려진 제25 특수임무부대 소속 700명이 러시아군에 합류하겠다며 시리아를 떠난 상황이다. 다만 이 주장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러시아 내 체첸 자치공화국도 이미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공화국 전투원을 태거 투입, 전투를 주도하고 있다.
체첸군은 시가전에 능한 데다 용맹하고 잔인하기로 악명이 높다.
체첸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이미 지난달 "마리우폴이 90∼95% 정도 해방됐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마리우폴 내 우크라이나군의 근거지였던 제철소를 공격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규군이 아닌 외부 무장단체가 참여하는 경우 전쟁 자체가 잔인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대로 통제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채 사상적으로 경도된 이들이 무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전쟁 자체가 잔인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또한 용병, 의용군 등이 전쟁범죄를 저질렀을 때 책임을 어디에 어떻게 물어야 할지 난감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가장 심각한 우려는 외국인 전투원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다.
이 때문에 일부 국가는 의용군이 파병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자국민의 가세를 적극적으로 막고 처벌까지 한다.
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