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석유·가스 시추용 공공부지 임대 재개…부담금 50% 인상
채굴이익 정부 납부 비율 12.5%→18.75%…기후변화 대응재원 마련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 에너지 가격 인하 압박을 받는 미국 정부가 석유와 가스 시추를 위한 공공부지 임대를 재개한다고 AP, AFP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신 기업들이 연방 정부 소유 부지에서 화석연료를 채취할 경우 정부에 지불하는 부담금은 약 100년 만에 큰 폭으로 인상됐다.
미 내무부는 성명에서 다음 주부터 173개 구획 임대를 위한 경매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체 면적은 약 580㎢(14만4천 에이커)로 정부가 작년 11월 계획했던 것보다 30% 줄었으며, 업계에서 지정을 희망한 것보다는 80% 축소됐다. 경매 대상 지역은 와이오밍·콜로라도·유타·뉴멕시코·몬태나·앨라배마·네바다·노스다코타·오클라호마 등 9개 주에 걸쳐 있다.
기존에는 전체 채굴 이익의 12.5%가 정부에 돌아갔지만, 이 비율이 18.75%로 올랐다. 1920년대에 연방정부가 석유·가스 채굴 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한 이후 처음으로 50% 인상된 것이다.
앞으로 공공부지에서 시추하는 회사는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과의 협의, 온실가스 배출 분석을 위한 첨단 장비 사용 등의 조건도 준수해야 한다.
연방 정부 부지에서 석유 시추를 다시 허용하면서 부담금을 높인 이번 조치는 에너지 가격 상승 방어와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상충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석유와 가스 공급을 늘리면서 추가 세수 확보로 기후 변화 대응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기간 미국에서 새로운 석유 시추를 막고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1월 취임 첫날에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절차를 시작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그는 또 취임 일주일 만에 신규 임대를 중단하는 등 공공 부지에서 화석연료 시추의 잠정 금지를 선언한 뒤 기존 체계에 대한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세계적인 에너지 수급난에 유가가 급등하면서 코너에 몰렸다.
공화당은 화석연료 시추 제한을 포함한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변화 정책이 기름값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시장이 더 불안정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에는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따른 유가 상승을 잡기 위해 향후 6개월간 매일 1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석유 시추용 공공부지를 임대해놓고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땅에는 과태료를 물리겠다고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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