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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싱크탱크 소장 "무차별 돈풀기·엉뚱한 투자로 경제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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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싱크탱크 소장 "무차별 돈풀기·엉뚱한 투자로 경제난"
전직 대사 출신 나칸달라 "정확한 비전 가진 강한 지도자 필요"



(콜롬보=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정부가 뚜렷한 정치적 목적 없이 그냥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다시피 했습니다. 장기적 재정 운용 정책이 결핍된 게 이번 경제 위기의 중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네덜란드와 네팔 주재 스리랑카 대사를 역임한 수미트 나칸달라(62) 반다라나이케 국제연구센터(BCIS) 소장의 말이다.
BCIS는 스리랑카 굴지의 싱크탱크이자 교육 연구기관이다.
나칸달라 소장은 1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리랑카에 심각한 경제 위기가 발생한 이면에는 자본 형성(capital formation)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여러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광 산업 붕괴, 대외 부채 급증 등으로 경제 위기가 발생했다면 이런 상황을 유발한 책임은 결국 그간 스리랑카를 이끈 여러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나칸달라 소장은 "과거 30년 가까이 이어진 내전 시기에도 국민은 지금처럼 고통받지 않았다"며 당시에는 세수 등을 균형 있게 운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후 정부는 간접세 비중이 80%에 달하는 세금 구조를 개혁하지 않았고 현대화하지도 않았다"며 정부는 필요하지 않은 인력을 고용하는 등 비생산적으로 돈을 뿌렸고 이유 없이 세금을 깎아줘 재정에 큰 부담을 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 정부는 지난 몇 년간 경제 위기 징후가 발생하자 민생을 살리겠다며 돈을 찍어내면서 수입 규제와 감세 정책을 펼쳤지만 물가는 급등했고 재정 적자만 심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특히 스리랑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나칸달라 소장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도입하는 바람에 국가의 공급망과 제조업 등 모든 산업에 큰 타격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스리랑카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자 해외 입국자에 대해 심할 경우 시설 격리 2주와 자가 격리 2주를 갖도록 강제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방역 대책을 도입했다.
나칸달라 소장은 중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인프라 투자와 관련한 정책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나칸달라 소장은 "대형 프로젝트 대부분이 이윤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롭게 건설된 고속도로는 유통망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며 "많은 자본이 투입된 함반토타항의 경우 주변은 전혀 개발되지 않았기에 활용도가 매우 떨어졌다"고 밝혔다.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빌린 대규모 차관으로 함반토타항을 건설했으나, 차관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자 2017년 중국 국영 항만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에 99년 기한으로 항만 운영권을 넘겨준 상태다.
스리랑카는 현재 외화 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석유, 의약품, 식품 등 필수품 부족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난에 몰리던 정부는 결국 지난 12일 대외 채무에 대해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정부는 현재 인도, 중국,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지원을 통해 경제난 극복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칸달라 소장은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려면 무엇보다 지도자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확한 비전을 가진 강한 리더가 필요하다"며 "지도자는 여러 견해를 듣고 국가의 이익에 맞는 결정을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리랑카의 현재 상황은 IMF 체제로 가는 게 불가피해 보이지만 그 처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스리랑카에 우호적인 외국 여러 나라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하고 지원하는 방안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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