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준율 0.25%p 인하…코로나 충격에 100조원 공급(종합)
미국과 탈동조화 부담에도 경기침체 방어 최우선
20일 사실상 기준금리도 인하 가능성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코로나19 대확산에 따른 경기 충격에 대응해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시중에 100조원대 유동성을 공급한다.
중국인민은행은 15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문을 통해 오는 25일부터 은행 지준율을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성(省) 범위 안에서 운영되는 중소 은행인 도시상업은행은 추가로 0.25%포인트 지준율이 더 낮아진다.
이번 인하 후 중국 금융권의 가중평균 지준율은 8.1%로 낮아진다.
중국의 지준율 인하는 지난 12월 0.5%포인트 인하 이후 넉 달만이다.
중국 통화정책의 큰 흐름 차원에서 보면, 작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계기로 '안정 최우선' 경제 정책 기조로 돌아선 뒤 두 번째 지준율 인하다.
인민은행은 전체적 유동성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충격으로 어려움에 닥친 경제 주체들을 돕기 위해 지준율 인하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은 "안정 최우선 기조를 견지하면서 계속해서 온건한 통화 정책을 펴 유동성을 합리적으로 충족시켜나가겠다"면서도 "'대수만관'(大水滿灌)을 하지 않고 안팎의 균형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수만관'은 농경지에 물을 가득 대는 관개법을 뜻하는데 중국 통화 당국은 지나친 유동성 공급을 경계할 때 이 표현을 자주 쓴다.
또한 '안팎의 균형' 언급은 중국과 미국 등 세계 주요국과 통화정책 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나왔다.
인민은행은 지준율 인하 성명과 별도로 홈페이지에 올린 '기자와의 문답' 형식 설명 자료에서 "현재 유동성은 합리적으로 충족되고 있는 상태"라면서 "금융기구들이 지준율 인하로 생긴 자금을 코로나19로 심각한 영향을 받은 산업과 중소기업에 쓰도록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이번 지준율 인하로 시중에 공급되는 장기 유동성이 5천300억 위안(약 10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번 지준율 인하로 금융기관들이 연간 65억 위안(약 1조2천5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덧붙였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 13일 밤 "적기에 지준율 등 통화정책 도구를 운용할 것"이라고 밝혀 금명간 지준율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의 이번 지준율 인하는 세계 금융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흐름과 반대 방향의 행동이다.
세계 주요국이 긴축 흐름에 동참한 가운데 중국이 일각에서 대규모 외자 유출, 급속한 위안화 평가절하 등 우려가 제기됨에도 '역주행'을 택한 것은 인민은행이 직접적으로 설명했듯이 코로나19 대확산으로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자국 경제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3월 이후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가 대규모 확산 중이다. 특히 중국의 금융·무역 허브로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창장삼각주의 핵심인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경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상하이 외에도 선전, 창춘 등 중국에서 수많은 도시가 전면 또는 부분 봉쇄를 겪으며 산업, 소비 등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 피해를 안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올해 목표한 5.5%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이미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국가통계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야오징위안 중국 국무원 참사실 특약연구원은 "당초 올해 5.5% 성장률 목표 달성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3월에 발생한 코로나로 우리는 확실히 영향을 받았다"며 이번 팬데믹이 "우리 경제 발전에 비교적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부진한 1분기 경제 성적표가 발표되기 직전에 선제적으로 이뤄졌다.
중국 통계국은 오는 18일 1분기 성징률과 3월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등 주요 경제 지표를 발표한다.
시장에서는 1분기 성장률이 약 4.5%에 그쳐 헝다 사태의 충격이 덮친 작년 4분기 4.0%보다는 높지만 연간 성장률 목표인 5.5%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공식화할 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전국민적 추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중국 당·정은 코로나19 충격을 맞아 경기 안정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11일 열린 주요 성장과 간담회에서 "국제·국내 환경에서 일부 예상을 넘어서는 변화가 나타나 경제 하방 압력이 한층 더 커졌다"고 토로하면서 거시경제 정책 강도를 높임으로써 경제를 기본적으로 안정시키고 기본적 민생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오는 20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고,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중국의 '역주행'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국채 시장에서는 일시적으로 미중 국채 금리차가 역전되는 현상도 벌어졌다.
가오루이둥 광다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5월 들어 통화정책 긴축 강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인민은행이 직면한 내외 균형 압력은 현저히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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