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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할아버지 구하러 가던 손자의 차에 쏟아진 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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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할아버지 구하러 가던 손자의 차에 쏟아진 총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튿날인 2월25일 키이우(키예프)에 살던 올렉산드르 이반노프(18)는 외할머니가 운전하는 차에 올랐다.
갑작스럽게 전쟁이 시작되면서 키이우 북쪽에 있는 호스토멜에 있는 외할아버지를 급히 키이우로 데리고 와야 했기 때문이다. 뇌졸중을 앓던 외할아버지는 전쟁이 터지자 호스토멜에 있는 집으로 옮긴 터였다.
러시아군은 침공 첫날부터 호스토멜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손에 넣었다. 올렉산드르의 가족은 러시아군이 장악한 이곳에 혼자 있는 할아버지를 한시라도 빨리 구해야 했다.
키이우를 떠나 호스토멜로 가던 도중 올렉산드르가 탄 차에 러시아군의 총격이 쏟아졌다.
올렉산드르의 외할머니 릴리아는 "마치 차 안에서 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라며 "올렉산드르의 머리가 한쪽으로 기우는 것을 본 뒤로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의식을 찾은 릴리아의 눈에 손자의 시신이 들어왔다.
가슴에 10발, 이마에도 총상이 있었다.
릴리아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무작정 페달을 밟았다고 한다.
"그들(러시아군)은 우리 차를 향해 계속 총을 쐈어요"
릴리아도 파편에 맞아 다쳤지만 몇 ㎞를 더 달린 끝에 구급차를 불러 준 한 소년의 도움으로 부차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상황이 급박해 손자의 시신은 차에 그냥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이 소식을 알게된 올렉산드르의 엄마 스베타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곳에서 부모님을 먼저 데려와야 하는지, 도로에 버려진 차에 있는 아들의 시신을 수습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했다.
결국 남편과 상의한 끝에 아들의 시신을 찾으러 호스토멜로 향했다.
스베타는 "러시아군이 호스토멜로 이어지는 다리를 폭파하려 한다고 들어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려면 바로 떠나야 했다"라고 말했다.
부부는 아들의 시신을 찾아 다음날 부차의 한 묘지에 묻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외할머니 릴리아는 병원에서 대피 차를 타고 키이우로 돌아왔다. 외할아버지도 이웃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남아 9일 키이우에 도착했다.
올렉산드르가 세 살 때 엄마 스베타는 근위축증이 발병했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병시중을 들면서 신경외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실제로 우수한 성적으로 우크라이나 최고 의과대학에 장학금을 받고 합격한 집안의 희망이자 기쁨이었다.
스베타는 "전쟁은 우리 가족에게 다른 무엇보다 영향이 컸다"면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장애를 가지게 됐고 난 내 아들을 묻었다"고 말했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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