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직원 사칭 경호요원에 뇌물…바이든 여사 경호원도 포함
최대 2년간 5명에 뇌물…장교들에겐 고급 아파트도 제공
별건 폭행사건 조사하다가 발각…이달 초 체포된 뒤 보석 허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에서 남성 2명이 정부 직원을 사칭해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미 국토안보부(DHS) 산하 비밀경호국(SS) 요원들에게 2년 넘게 뇌물을 뿌린 사실이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AP·CNBC 등에 따르면 미 수사당국은 지난 6일 아리안 타헤르자데(40)와 하이다르 알리(35)를 DHS 직원 사칭 혐의로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최소 지난해 2월부터, 이르면 2020년 2월부터 DHS 직원을 사칭해 경호 요원 등에게 접근한 뒤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다.
SS 경호요원 2명과 군장교 2명, DHS 장교 1명 등 총 5명이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엔 질 바이든 여사를 경호 SS 요원도 포함됐다.
뇌물은 아이폰부터 드론, TV, 감시시스템, 소총 보관함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SS 장교는 연 임대료 수천만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받기도 했다.
이들이 왜 요원들에게 접근해 뇌물을 줬는지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타헤르자데는 범행에 악의가 없었고 단지 우정을 쌓고 싶어서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들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 연방법원은 이들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이들로 인해 국가 보안 정보가 유출돼 피해를 봤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신 GPS(위치정보시스템) 부착을 명령했다.
이번 일이 발각된 것은 지난달 14일 미 우편조사국이 우편배달부가 연루된 폭행 사건을 조사하면서다.
사건 발생 장소인 아파트에서 목격자를 대상으로 조사 중 이들의 수상한 행적이 수사당국에 포착됐다.
SS도 지난 4일 내사 단계에 착수했으나 수사 상황이 노출되면서 연방수사국(FBI)이 이들이 도망갈 것을 우려해 빨리 체포에 나서게 됐다.
이들 집에서는 감시 장비와 고성능 망원경, 사법·국방당국 관계자들이나 의회 직원들이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 주민 정보를 담은 파일철, 무기 등이 발견됐다.
파키스탄 출생인 알리는 귀화한 미국시민권자로 자신이 파키스탄 정보기관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온 상황이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 이후 SS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직원들의 행동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히면서도 국가 보안은 뚫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SS 내부적으로는 이 사안이 검찰과 언론에 의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WP가 의회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가볍게 볼일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외부인이 정부 직원들을 얼마나 쉽게 농락할 수 있는지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고 이들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대통령 동향과 국가 안보 등과 관련한 기밀을 빼내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직 SS 간부로 활동했던 짐 헬민스키는 "SS 요원과 장교들의 환심을 사면서 타협할 수 있다면 달갑지 않은 정보원이 대통령과 그 가족에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뇌물 목록에 있던 아이폰에 대해 우려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헬민스키는 "아이폰은 휴대가 가능하고 원격으로 켜거나 작은 폭발 장치가 들어있을 수 있다"며 "휴대전화로 대통령과 그 가족의 기밀을 해치는 중요 정보를 포착하면 심각한 보안 위협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으로까지 이어진 SS 정책·훈련 시스템의 취약점이나 최대 2년 넘게 이번 사태가 묻힌 배경 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건에 연루된 SS 직원 4명은 행정휴직을 발령받고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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