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회령호, 中 해역서 입항 없이 선박간 교역으로 제재 우회"
미 외교전문지 "국제 제재 허점 선례 될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유엔 대북제재 대상인 북한 선박 회령호가 수년간 중국 남부 해역을 오가며 교역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11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맷이 보도했다.
회령호는 201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결의 2270호에 따라 제재 대상으로 분류돼 중국을 비롯한 유엔 회원국 입항이 금지된 상태다.
그럼에도 회령호는 수년간 중국 남부 저우산(舟山) 지역에서 제재를 회피해 대외 교역용 물자를 수송해왔고 지난달 말에도 밀교역을 벌였다고 디플로맷은 전했다.
중국의 항구에는 들어가지 않고 400여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 저우산 군도 인근 해역에 정박한 채 바다 위에서 선박끼리 거래하는 식으로 서방 제재를 무력화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봉쇄조치를 시행해 외부와 접촉을 통제했던 2020년 초에도 회령호는 저우산 일대에 5번이나 정박했다.
당시 회령호는 며칠간 저우산 군도 내 일부 섬을 이리저리 경유한 후 북한으로 복귀했는데, 이는 선박 간 물자를 교환한 정황이라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보고서에서도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이 중국 닝보-저우산 주변에서 지난해 2∼5월 최소 41차례에 걸쳐 총 36만4천t 규모로 이뤄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말 항행에서 회령호는 이런 선례보다 좀더 과감해졌다고 디플로맷은 전했다.
항로 추적 사이트 폴스타(Pole Star)에 따르면 회령호가 저우산 군도보다 남쪽으로 내려가 중국 본토에 더 가까운 해역까지 진출해 정박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대부분 북한 선박은 중국 해역에서 자취를 숨기려 하는데, 회령호는 몇몇 큰 섬들을 경유해 이런 운행 정보가 쉽게 드러나는 편이라고 디플로맷은 전했다.
이런 회령호의 행보에 디플로맷은 북한이 이제는 중국 해역을 오가며 교역한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노력도 거의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회령호가 이같이 입항은 하지 않되 근해에 접근하는 방식은 중국이 단속에 나서지 않을 구실도 만들어준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실제로 이달 초 발간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회령호의 항행 관련 질의에 "중국 항구로 기항통지 기록은 없었다"고 답했다.
중국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연안을 넘어 근해까지는 미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런 중국의 태도는 북한 선박을 겨냥한 또다른 제재인 2017년 안보리 대북결의 2397호에서 영해 항행에 대한 규정을 모호하게 해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디플로맷은 분석했다.
당시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의 입항시 나포, 검색, 억류를 의무화했다.
그런데 항구가 아닌 영해에서는 '이런 선박을 억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고 규정해 이런 조치가 의무인지 아닌지 모호하게 됐다.
디플로맷은 이를 토대로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들이 북한의 불법 교역을 방치하면서도 제재를 준수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 매체는 대북제재를 둘러싼 이런 허점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내려진 제재의 실효성과 관련해 시사점을 준다고 지적했다.
자국 이익대로 유엔 결의 조문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중국의 태도가 추후 국제 제재 대상이 된 국가와 그 국가에 우호적인 다른 국가들이 우회로를 찾을 방법을 알려주는 선례가 된다는 설명이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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