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민간인 학살'에 나토서 강경론…확전 우려도
서방, 민간인 학살·전선 변화에 '더 강한 무기' 지원 확대
"최악엔 나토가 전쟁에 끌려들어 갈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집단으로 살해했다는 정황이 짙어지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이런 분석의 근거로 최근 나토 회원국에서 우크라이나로 지원되는 무기가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예컨대 체코는 T-72M 탱크, 슬로바키아는 미사일 방어체계 S-300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다.
이는 전쟁 초기 재블린, 스팅어처럼 그간 우크라이나에 주로 지원된 개인 휴대용 무기와 비교할 때 파격적이다.
영국 BBC방송은 지금 전달되는 무기가 전쟁 초기에만 해도 나토가 러시아를 직접 자극하지 않으려고 너무 위험하다고 간주한 기종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 총을 겨누면 핵무기까지 동원되는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간인을 겨냥한 러시아의 잔혹 행위가 빈발함에 따라 나토의 무기 지원은 과감해지고 있다.
분노한 여론에 편승해 서방 정가에서도 전쟁 초기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토비어스 엘우드 영국 하원 국방위원장은 "무기 제공에 너무 조심스러웠다"며 "이기지는 못하되 살아남을 정도의 무기를 주는 현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쟁의 향방을 가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양국이 거센 화력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나토가 '더 강한' 무기를 지원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강경론이 우세해지자 나토와 러시아의 충돌 가능성을 둘러싼 얘기가 자연스럽게 뒤따르고 있다.
BBC방송은 나토의 무기 지원 수준이 확대되면서 서방 군사 당국이 나토의 전쟁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나토가 전쟁에 끌려들어 갈 몇 가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먼저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제공한 대함 미사일로 흑해의 러시아 군함을 격침해 해군 100명, 해병 수십 명이 숨지면 러시아가 서방에 대응하게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러시아는 서방의 무기 지원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며 바짝 경고 수위를 높인 터다.
폴란드나 슬로바키아 등 나토 동맹국을 거쳐 우크라이나로 가는 군사물자 수송행렬을 러시아가 미사일로 타격할 때도 나토가 집단방위 조약에 따라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BBC방송은 예측했다.
러시아의 폭격에 돈바스의 화학공장 설비가 폭발해 유독가스 누출로 대량살상이 발생할 경우에도 나토의 개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됐다.
BBC방송은 "물론 이런 시나리오가 일절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 서방은 러시아 침공에 보기 드물게 강경하면서도 전쟁 마지막 단계가 무엇일지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단순히 대응만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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