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부터 페루까지…살인적 물가에 사회불안 커진다
물류차질·기후변화·우크라전에 식량값 급등
"중동·북아프리카 '아랍의 봄' 때보다 민생여건 심각"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물류 차질과 기후 재난이 겹쳐 식량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마저 치솟으면서 지구촌이 물가 급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CNN비지니즈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또 생활고에 따른 각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정치적 불안정이 야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선임연구원으로 아프리카개발은행(ADB) 수석 경제학자였던 라반 아레즈키 씨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주 스리랑카에서는 가스와 생필품 부족이 시위를 유발했고, 파키스탄에서는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으로 임란 칸 총리가 물러나야 했다.
치솟는 물가로 촉발된 페루 반정부 시위는 최소 6명이 사망할 정도로 격렬했다.
CNN은 정치적 소요가 이들 나라에만 국한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글로벌 리스크 컨설팅사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담당하는 하미쉬 키니어 씨는 "아직 물가고의 충격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량가격 급등은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로 확산한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이 촉발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도 지목된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55개 주요 농산물의 국제 가격을 모니터링해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FPI)는 2010년 106.7에서 2011년 131.9로 치솟아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랍의 봄' 당시 각국이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위기의 핵심은 밀 가격 급등이었다.
세계 식량 가격이 최고치를 경신한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CNN은 지적했다.
8일 발표된 3월 FPI는 지난 2월과 비교해 13%나 오른 159.3으로 고점을 찍었다.
밀과 옥수수, 각종 식물성 기름의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역시 밀과 비료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가속화되면 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길버트 호응보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총재는 "우크라이나의 밀과 옥수수 수출량의 40%는 중동과 아프리카로 가는데, 이들 지역은 이미 기아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식량 부족과 물가고가 더 심해지면 사회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유가는 1년 전과 비교해 거의 60%나 올랐고,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세다.
각국 정부는 자국민 보호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미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로 과도한 채무를 진 상태여서 재정이 취약한 상태다.
성장이 둔화하고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해 채무 상환이 더 곤란해진 상태여서, 물가가 더 오를 경우 식량과 연료 보조금을 집행하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아레즈키 씨는 "모든 나라가 채무국으로 전락할 지경이라, 물가고로 파생되는 긴장을 완충시킬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당하기 전부터 이미 최빈국의 60% 가까이가 "심각한 채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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