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속 총리 불신임까지…혼돈 소용돌이 파키스탄
칸 총리는 불신임 투표 반발…여러 세력 모인 야권은 응집력 의문
코로나19 등으로 경제는 침체 일로…국제무대 입지도 축소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파키스탄에서 의회가 총리를 불신임하면서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파키스탄 하원 의회가 10일 새벽(현지시간) 임란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함으로써 2018년 8월부터 집권한 칸 총리의 연립정부는 붕괴하게 됐다. 칸 총리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였다.
2018년 집권 뒤 칸 총리의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야권은 칸 총리의 집권 기간 경제는 무너졌고 친중 성향의 외교 정책으로 국제적 입지가 축소됐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 등으로 부채에 허덕였고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파키스탄 경제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은 최근 파키스탄의 대외 채무가 6월이면 1천30억달러(약 1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달 기준 연간 물가상승률은 12.7%를 기록해 민생고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경제난 속에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이 가결되면서 정치 혼란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칸 총리가 미국의 내정간섭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에 대한 불신임에 순순히 승복하지 않는 등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8일 대국민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거리 시위에 나서라고 노골적으로 독려하기도 했다.
정권 획득 기회를 잡은 야권의 상황도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칸 총리 타도라는 목표 아래 결집하긴 했지만 워낙 여러 세력이 모인 탓에 밀도 있는 응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야권에는 '앙숙' 사이에 가까웠던 PML-N과 PPP부터 여당에서 이탈한 의원, 칸 정부의 연정 파트너였던 MQM-P 등 다양한 세력이 모였다.
불신임 찬성 의원 수도 174명으로 정족수 172명을 가까스로 넘겼다. 하원의원 전체 의석수는 342석이다.
일단 후임 총리로는 야권 지도자 셰바즈 샤리프 펀자브주 전 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는 펀자브 주도 라호르의 재벌 가문 출신으로 군부에 맞서 싸우며 친서방 정책을 펼쳤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이다.
2018년 총선에서 PML-N을 이끌고 칸 총리와 맞선 바 있다.
야권 지도부에는 또 2007년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아들로 PPP를 이끄는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등도 차기 총리로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칸 총리의 퇴진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돼 장기적으로는 파키스탄 정국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파키스탄 증권가의 아드난 칸은 불신임 투표를 앞둔 지난 8일 파키스탄 증시가 반등한 것을 거론하며 "정치적 교착상태 종식에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칸 총리는 1992년 크리켓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크리켓 영웅' 출신이다.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1996년 테흐리크-에-인사프(PTI)를 창당, 수십 년간 파키스탄 정치권을 좌지우지했던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 파키스탄인민당(PPP) 체제에 도전장을 냈다.
정치 초년병 시절에는 하원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하는 등 고전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부패청산 등 차별화된 이미지를 내세우며 유력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2018년 총선에서는 군부의 암묵적 지지 속에 압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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