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가상승에 42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
달러당 120엔·배럴당 130달러의 경우 경상적자 158조원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본이 약 42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환율이 달러당 120엔, 원유가 배럴당 130달러라면 일본이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에 경상수지 적자 16조엔(약 158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9일 보도했다.
이는 일본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본이 연간 경상적자를 기록한 것은 1980년이 마지막이다.
신문의 추산대로라면 4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인 회계연도 기준으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1996년도 이후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신문은 'NEEDS니혼게이자이모델'로 분석한 결과 2022년도에 환율이 1달러에 116엔, 원유가 배럴당 105달러인 '표준 시나리오'로 경제 상황이 진행되는 경우에도 연간 8조6천억엔의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일본은 원유나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개인 소비뿐만 아니라 기업의 설비 투자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 수준이라면 실질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떨어진 1.8%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관측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반적으로 수출이 증가하지만, 경상수지 적자를 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려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까지 떨어지고, 엔화 가치가 달러당 140엔까지 하락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정부의 최신 경제 지표에서 심상치 않은 징후를 확인할 수 있다.
재무성이 전날 발표한 국제수지(속보)를 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1조6천483억엔(약 16조원) 흑자를 기록해 석 달 만에 흑자로 전환했으나 작년 2월과 비교하면 흑자폭이 42.5% 축소했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무역수지는 작년 11월부터 4개월 연속 적자 행진했다.
무역수지 적자의 충격으로 경상수지도 작년 12월과 올해 1월에 적자를 기록했다.
2월에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중국 춘절(春節·설)이 끝난 후 일본으로부터의 수출이 늘었고 미국 국채 이자가 지급됐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조만간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미야마에 고야 SMBC닛코증권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봄 이후 계절 변동 요인을 보정하더라도 경상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면 엔화 회피 경향이 확산할 수 있다.
다이와증권의 추산으로는 22년도에 외환시장에서는 16조엔 규모의 엔 매도가 예상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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