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EU, 러 석탄 수입 금지 추진…석유·가스는 이견 계속
회원국, 5차 제재안 논의…승인되면 러 에너지 업계 겨냥 첫 제재 평가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제재로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가 지난 5일 제안한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 등 5차 대러 제재안에 대해 논의중이다.
만약 회원국들이 러시아 석탄 수입 금지를 승인할 경우 이는 러시아의 에너지 업계를 겨냥해 내놓는 첫 번째 제재가 된다.
EU 집행위는 이 같은 제안이 승인되면 연간 40억 유로(약 5조3천265억원) 상당 규모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이 금지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EU가 러시아와의 에너지 부문 관계 단절이라는 금기를 깨는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고 AP는 전했다.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번 제재가 이번주 내에 합의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EU 회원국들은 러시아 석유, 천연가스 수입 금지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잇따라 제재를 부과했지만, 미국처럼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 금지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
독일 등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일부 EU 회원국들은 특히 이 같은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EU 회원국에 러시아 석탄 수입 금지는 석유, 천연가스 금지에 비해 쉬운 선택지로 평가된다.
EU는 천연가스의 40%, 석유의 25%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2020년 EU의 러시아 수입품 규모는 953억 유로(약 127조5천247억원) 상당으로 이 가운데 70%는 석유와 가스였다.
특히 EU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경우 러시아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독일은 가스의 55%, 석유와 석탄의 40%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한다고 AFP는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의 러시아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의혹이 제기된 이후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최근 유럽의회에 "나는 석유, 그리고 가스에 대해서까지도 조만간 조치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유럽의회에 이번에 발표한 추가 제재안이 끝이 아닐 것이라면서 "우리는 석유를 살펴보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가 화석 연료에서 얻는 수입에 대해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그러나 최근 "우리는 러시아와 모든 경제적 관계를 끊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는 그 가스 공급을 끊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럽이 몇 달 후에는 미국 등 다른 나라를 통해 러시아 석탄 공급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러시아 석탄 수입 금지마저도 소비자들에게 우려스러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AP는 내다봤다.
독일과 동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전력의 상당 부분을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정보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는 이 같은 제재는 EU 소비자들이 올해 더 높은 전기 요금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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