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와의 관계 개선 노린 듯…인권단체 "끔찍한 결정" 비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터키 법원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한 궐석재판을 중단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재판을 이관하기로 했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AP·AFP 통신에 따르면 이스탄불 법원 판사는 이날 "우리는 이 사건(재판)을 중단하고 사우디 측에 넘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터키 법무 장관 베키르 보즈닥이 사건을 사우디로 넘기자는 검찰의 요청을 승인할 것이라고 밝힌 지 1주일 만에 나왔다.
터키 검찰은 지난달 31일 까슈끄지 살해 사건 피고인인 사우디인 26명에 대한 궐석재판을 중단하고 사건을 사우디 법원에 넘길 것을 이스탄불 법원에 요청했었다.
카슈끄지 측과 인권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카슈끄지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사우디에선 공정한 재판이 없을 것"이라면서 "양을 늑대들에게 맡기지 말자"고 호소했다.
다른 변호인도 "사건을 사우디에 이관하는 것은 터키 주권에 대한 침해이자 터키 국민에 대한 책임 포기 사례"라고 지적했다.
국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끔찍하고 정치적인 결정"이라면서 "자국 영토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사우디로 이관함으로써 터키는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의 손에 의도적으로 사건을 돌려주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카슈끄지의 터키인 약혼녀인 하티제 젠기즈는 이날 법정에서 "법원 결정에 상소할 것"이라면서 "포기하는 사람은 포기했지만 나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검찰과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경제난에 빠진 터키가 사우디와 관계 개선을 모색 중인 상황을 고려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터키 검찰은 지난 2018년 10월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벌어진 까슈끄지 살해사건 피고인 26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이들을 까슈끄지 살해 혐의로 기소한 후 궐석 재판을 이어갔으나, "피고인들이 외국인인 탓에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터키 검찰이 기소한 26명 중 14명은 이미 사우디에서 재판에 넘겨졌으며, 이 가운데 5명은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미국에 거주하며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카슈끄지는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암살조에 살해됐다.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칼럼을 게재해온 점을 근거로 국제사회는 사우디 왕실의 개입을 의심했으나 사우디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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