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농진흥회 소집 요구…낙농제도 개편 강행하나
이사회 개의 조건 사라져 '용도별 차등가격제' 논의 가능
낙농가 "사생결단의 결심 불가피"…'우유납품 거부' 경고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정부가 치솟는 우윳값을 끌어내리기 위해 원유(原乳)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조만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낙농제도 개편 방안을 두고 정부와 대치해 온 낙농가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지만, 정부가 강행 처리해도 법적으로 절차상의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가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농식품부는 유업계 측 이사 4명과 함께 '낙농제도 개선'을 안건으로 한 낙농진흥회 이사회 소집을 요구했다.
낙농진흥회는 우유와 유제품의 수급 조절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이사회에서 원유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낙농진흥회 정관상 이사회의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회장은 이사회를 소집해야 한다.
이사회 개최 날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최근까지는 이처럼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소집돼도 정작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는 진흥회 정관에 따라 이사회 3분의 2가 출석해야 개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 이사회 정원 15명 가운데 7명인 생산자(낙농가) 측 대표 전원이 정부안에 반대하며 불참해 논의가 번번이 무산됐던 것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 2월 8일 이사회 개의 조건에 관한 정관의 인가를 철회하는 행정처분을 했다.
해당 처분이 즉시 효력을 발휘하는 만큼 이번에 이사회가 소집되면 생산자 측의 참여 없이도 개의가 가능하다. 또 민법에 따라 이사회 과반이 찬성하면 안건에 대한 의결도 할 수 있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여부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논의 상황에 따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이번 이사회에서 낙농제도 개편안을 그대로 도입하는 결정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낙농진흥회의 올해 사업계획에 따른 예산안도 의결을 못 하고 있다"며 "사실상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신속히 의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낙농가 단체들은 '우유 납품 거부'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농식품부가 민의를 무시하고 유업체와 한통속으로 낙농가들을 낭떠러지 아래로 밀겠다면 우리도 사생결단의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란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하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하는 제도다.
사룟값 등 생산비의 등락에만 좌우되는 지금의 원유가격 결정 체계에 시장 수요를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우윳값을 잡고 우유 자급률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낙농가 단체는 농가 소득 감소가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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