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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봉쇄'를 직접 겪다…위기의 중국식 '제로 코로나'
군까지 동원한 우한식 총력전 상하이 재현…철저한 통제 속 '감염자 색출전'
"봉쇄 없어"→"4일봉쇄"→"봉쇄 계속"…시진핑 '대관식' 앞 당국 신뢰 상처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코로나 방역 만리장성'에 구멍이 나면서 '경제수도'로 불리는 인구 2천500만명의 초거대 도시 상하이가 지난 28일부터 8일째 봉쇄 중이다.
2020년 코로나 대유행 시작 후 중국이 단행한 최대 규모의 도시 봉쇄다. 내부에서 이를 직접 겪으며 관찰해보니 중국이 세계 다른 지역과 벽을 친 채 지난 2년이 넘게 고집스럽게 유지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이제 한계에 부닥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 2020년 우한에서처럼…이번엔 '상하이 보위전'
4일 오전, 사흘 만에 처음 집 현관문을 열고 밖에 나갔다.
아파트 전체 주민을 상대로 한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을 때만 잠깐 허용되는 '외출'이다.
흰 방역복을 입은 사람이 동별로 주민들을 불러 모아 한 줄로 세운다. 방역 요원들이 손에 든 주민 명단을 보고 모든 사람이 나왔는지 확인하고 나면 차례로 검사가 진행된다.
한 주민이 PCR 검사를 하는 방역 요원에게 "말투가 다른데 어디서 왔냐"고 묻자 "장쑤(성)"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날은 중국 정부가 정한 '상하이 결전의 날'이다. 당국은 이날 상하이시 전체 인구 2천500만명의 코로나19 검사를 동시에 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동원 능력을 '체제 장점'으로 내세우는 중국에서조차 그간 전례를 찾기 힘든 큰 규모다.
이를 위해 중국은 전날까지 인민해방군 2천명을 포함, 전역에서 3만8천여명의 의료진을 버스, 철도, 항공기 등으로 상하이에 투입했다.
군인까지 포함한 대규모 의료진을 한 도시에 투입한 것은 2020년 우한 사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우한 사태 때 나타난 국가 차원의 총력전이 상하이에서 재현된 것인데 이는 그만큼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상하이 보위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국가 차원의 대처에 나선 것은 상하이가 이미 방역 통제 능력을 상실한 '제2의 우한'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일일 신규 감염자는 1만3천명까지 치솟으며 2020년 우한 사태 절정 당시 수준에 바짝 다가섰는데 이 중 상하이의 감염자가 거의 70%에 달한다.
오미크론 감염 파도가 본격화한 3월 들어 상하이의 누적 감염자는 이미 6만명에 육박한다. 상하이 의료 체계는 포화 상태로 많은 감염자가 병원이 아닌 체육관 등을 임시로 개조해 만든 격리 시설로 보내지고 있다.
사실 이미 수차례 코로나 감염 파도를 겪은 세계 대부분 지역 사람들의 눈에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다. 인구 대비 감염 비율은 여전히 극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상당하다. 중국이 지난 2년간 세계와 높은 벽을 쌓고 제로 코로나 상태를 유지해 지역사회 감염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태를 '정상'으로 여겨왔기에 지역 사회 감염이 본격화한 현재 상황을 '대형 재난'이라고 느낀다.

◇ 갑작스런 봉쇄에 식품난…일부 주민 시위까지
강력한 도시 봉쇄 속에서 2천500만 주민은 대부분 집에만 머무른 채 '각자도생' 중이다.
'발이 문밖에 나가지 못한다'는 뜻의 '족불출문(足不出門)' 방침에 따라 격리 기간 내내 집에만 머물러야 한다.
주거 단지마다 당국의 통제를 받는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돼 외출을 시도하는 주민들을 철저하게 통제한다. 일부 단지에서는 네 발 달린 보행형 로봇인 '로봇 개'나 드론이 돌아다니며 스피커로 '일탈 주민'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당장 주민들은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 봉쇄에 대비해 평소보다 많은 식료품을 미리 사 둔 가구도 있지만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재고'가 소진되는 경우가 많다.
봉쇄 계획 발표 후 불과 몇 시간 뒤 곧장 봉쇄가 시작된 푸둥 지역 주민의 경우 미리 식료품을 사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당국이 슈퍼마켓 등 일부 식료품 가게 영업을 허가해줬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가 폭증해 실제 물건을 구하기는 한국에서 설날에 기차표 구하기처럼 어렵다.
기자 역시 지난 1일 격리가 시작된 날부터 이날까지 단 한 번도 '쇼핑 당첨'이 되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날도 인터넷 배달 플랫폼인 '메이퇀' 앱을 켜고 한 온라인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담아 결제를 시도해봤지만 역시 주문 폭주로 결제가 되지 않았다.
평소 이용하던 인터넷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동 구매' 방식으로 어려움을 푸는 단지도 많다. 문을 연 식품 공급 업체들과 단지 주민들이 직접 연락해 대량 구매를 조건으로 계란, 야채, 고기 등을 담은 '표준 묶음' 상품을 사는 방식이다.
격리 장기화 속에서 먹는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생기자 일부 주민들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일부 상하이 봉쇄 지역 주민들이 식료품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즉각 삭제됐다.
중국 당국도 민심 동요에 크게 걱정하는 모습이다. 당국은 최근 상하이의 각 격리 가정마다 고기, 야채 등이 섞인 식품 꾸러미 하나씩을 무상으로 배급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는 의료 체계 혼란으로 코로나19에 걸려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보다는 격리에 더 충실한 열악한 여건의 격리 시설로 보내지는 것에 대한 불안도 크다.
실제로 최근 인터넷에서는 코로나에 감염되고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경험을 올린 이들이 많다.
한 시민은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아내가 열이 39도까지 올라 구급차를 불렀지만 2시간 만에야 왔고, 병원에 연락해도 한 군데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며 "병원이 받아주질 않으면 집에서 죽기를 기다리라는 거냐"고 말했다.

◇ '상하이 사태'에 제로 코로나 회의론도
중국 인터넷에서는 보이지 않는 '여론 전쟁'도 한창이다.
당국이 콘텐츠 유통 알고리즘을 장악한 상황에서 더우인,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정부 지원 식품 전달 장면, 상하이에 도착한 전국 각지 의료진 버스 행렬 등 '긍정적 에너지'를 고양하는 콘텐츠가 전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열악한 영유아 코로나19 환자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최근 인터넷에서 급속히 퍼지는 등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위기 상황을 맞아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상하이 봉쇄를 계기로 주민들의 당국에 대한 신뢰에도 적지 않은 금이 갔다.
상하이시 당국은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해져 가는 상황에서도 처음엔 도시 봉쇄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후 당국은 상하이를 동서 양편으로 나눠 각각 4일씩 총 8일간 짧게 봉쇄한다고 했다. 먼저 봉쇄가 시작된 동쪽 지역의 경우 봉쇄가 이날로 벌써 7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 봉쇄가 풀릴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올가을 시진핑 총서기의 '장기집권 대관식'을 앞두고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중국 당국에 아픈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국가 차원의 자원을 총동원해 상하이의 코로나 상황을 호전시킨다고 해도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정당화할 대표적 업적으로 포장된 '제로 코로나' 신화가 사실상 무너져내렸다는 점에서 중국에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제로 코로나의 길이 옳았던 것인지를 의심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서 "자기기만의 성대한 잔치가 열린 속에서 사람들은 체제에 의해 죽임을 당할까 봐 마음에 담아둔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한다"며 "스스로 잘한다고 치켜세우거나 정부가 백성을 사랑한다고 자기기만을 하면 결국에는 대부분 사람이 진짜로 이를 믿는다"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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