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싫지만 이젠 일상"…中 선전시 끝없는 코로나19 검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코로나19 검사받기 싫죠. 그런데 이제는 너무 익숙해졌어요. 그나마 음성 증명서만 있으면 이동이 자유로워요."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한국 기업 주재원 구모 씨는 1일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선전이 도시 봉쇄로 효과를 거둔 것 같다. 현재 주거지 한 곳 정도를 제외하고는 선전시 전체에서 이동이 제한되는 곳은 없다"고 전했다.
중국의 4대 도시 중 처음으로 도시 봉쇄가 단행됐던 선전시는 지난 21일 0시를 기해 1주일간의 봉쇄가 해제된 후 이번주 내내 하루 신규 환자 수가 한 자릿수에 그쳤다.
봉쇄 전에는 하루 신규 환자 수가 100명을 넘었던 탓에 선전시의 봉쇄 결과는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그러나 봉쇄 해제 후에도 선전시 주민들은 장소에 따라 24시간 혹은 48시간 이내 받은 음성 증명서가 있어야 출퇴근이나 공공장소 입장 등이 가능하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도시 봉쇄로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고 감염의 고리를 끊고 나면 그 같은 음성 증명서 의무 지침이 해제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그것은 너무 큰 꿈이었다. 주민들은 여전히 집 밖에서 활동하려면 거의 매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볼 때도 음성 증명서가 필요하다.
또 대부분의 기업은 출근이 재개됐지만, 학교는 지난 1월 말 이후 등교 수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구씨는 "저는 대체로 퇴근하면서 검사를 받는데 대개 15분 정도 걸리고 길면 3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퇴근 이후 검사받는 사람이 많으니까 낮 시간대 검사를 받으면 더 짧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네마다 검사소가 서너 곳 있는데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서 빨리 검사를 받는 요령이 붙었다"면서 "언젠가부터 검사를 받는 게 일상이 돼버렸고 익숙해졌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아마 당국은 모든 장소에 대해 24시간 검사를 요구하고 싶겠지만, 검사 역량을 고려해 장소에 따라 48시간 음성 증명서를 허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SCMP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아래 많은 주민과 기업들에 봉쇄와 반복되는 검사는 '뉴노멀'의 일부분이 됐다"며 "이는 1주일간의 도시 봉쇄를 견뎌낸 선전의 주민과 기업들에 이제는 '작은 불편'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중국의 '기술 허브'인 선전시는 지난 14∼20일 1주일간 도시 봉쇄를 단행하며 시행 전날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놀란 주민들이 슈퍼마켓으로 몰려가며 사재기에 나서기도 했지만 대체로 현재 상하이에서 벌어지는 '공황 구매'나 물자 부족 현상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는 "상하이 소식을 전해 듣고 있는데 선전과는 좀 많이 다른 것 같다"며 "여기서는 봉쇄 기간 배달이 안 된다거나 물자가 부족해 곤란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선전에서도 곳에 따라 사재기가 벌어진 곳도 있었겠지만 대체로 큰 무리 없이 봉쇄가 끝났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도 많은 주민은 슈퍼에 직접 가는 대신 대부분 온라인 주문을 통해 배달을 시킨다"고 덧붙였다.
선전시는 도시 전체 봉쇄를 해제하기 이틀 전인 18일부터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일부 구 단위 행정구역은 미리 봉쇄를 해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봉쇄가 풀려도 등교 수업 중단은 두달 넘게 이어지며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이 크다. 일부 국제학교에서는 외국인 교사들이 학기 도중 고국으로 돌아가 버리고 있다. 이동 제한이 풀렸다고 일상이 정상화된 것은 아니다.
구씨는 "전반적으로 사무실 출근이 재개됐지만 등교 수업이 재개되고 일상이 정상 회복되는 것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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