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동맹군 '라마단 휴전' 선언에 예멘 반군 "의미 없어"
반군 "항구·공항 봉쇄부터 풀라"…휴전 선언 몇시간 만에 거절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 예멘 내전에 참전 중인 아랍동맹군이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을 앞두고 휴전을 선언했지만 반군이 이를 거절했다고 A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오후 동맹군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 중인 회담이 생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30일 오전 6시부터 휴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동맹군은 이는 라마단 기간 내 화해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도록 우호적 환경을 만들려는 취지라고도 덧붙였다. 올해 라마단은 이번 주말 시작된다.
그러나 휴전이 발표된 지 몇시간 만에 후티 반군(자칭 안사룰라)은 동맹군이 예멘 내 항구와 공항에 대한 봉쇄를 풀지 않는 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반군의 지도조직 최고정치위원회 무함마드 알부하이티 정치국장은 트위터에 "봉쇄가 풀리지 않는다면 동맹군 측의 휴전 선언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봉쇄가 예멘인에게 주는 고통이 전쟁보다도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동맹군은 반군에 전쟁 물자가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예멘 내 주요 항구와 공항을 봉쇄해왔다.
전쟁 당사자인 반군이 휴전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아랍동맹군의 휴전 선언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동맹군이 이에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애초에 반군이 이같이 거부 의사를 명확히 드러내기 전부터 이번 동맹군의 선언이 실제 휴전으로 이어질지 의문이 제기됐다.
반군이 휴전 명분으로 제기된 리야드 회담을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국가들은 리야드에 모여 예멘 내전을 논의하는 회동을 시작했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6개국 회의체로 사우디가 주도하는 GCC는 후티 반군에게 이번 회담에 참여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은 회담이 사우디에서 진행되는 점을 지적하며 제3의 중립국에서 열릴 경우에만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다음 달 7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앞서 후티 반군은 지난 26일 사우디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3일간 중단하겠다면서 정부군·동맹군 측에 포로 교환을 제안했다.
최근 1주일간 반군이 사우디 국영석유시설 등 주요 기반 시설을 동시다발로 공격하고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이에 보복 공격을 가하며 역내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포로 교환과 휴전 논의가 이뤄졌다.
사우디는 후티 반군이 예멘 수도 사나를 점령하자 2015년 3월 26일 반군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며 내전에 발을 들여놓았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예멘 내전으로 인한 직·간접적 사망자는 37만7천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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