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당국, '교대생 43명 실종사건' 증거조작·은폐 의혹"
국제민간조사단, 8년 전 사건 관련 세 번째 보고서 발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지난 2014년 발생한 멕시코 교대생 43명 실종 사건을 조사 중인 국제 전문가들이 멕시코 당국이 사건 관련 증거를 조작하거나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29일(현지시간) 일간 엘우니베르살 등 멕시코 언론에 따르면 미주인권위원회(IACHR)와 함께 이 사건을 조사한 민간 전문가 그룹(GIEI)은 전날 발표한 세 번째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이 공개한 드론 영상엔 사건 발생 한 달 후 군인과 경찰로 추정되는 이들이 피해자들 시신이 유기된 것으로 알려진 쓰레기장에서 현장을 조작하고 무언가를 태우는 모습이 담겼다.
조사에 참여한 콜롬비아 전직 검사 앙헬라 부이트라고는 "(사건 수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조작됐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2014년 9월 26일 발생한 교대생 실종 사건은 발생 8년이 다 되도록 명확한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사건이다.
당시 멕시코 게레로주 아요치나파 교육대학의 학생들이 멕시코시티에서 열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징발한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이괄라 지역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았다. 현장에서 일부가 사망하고 43명이 사라졌다.
수사당국은 지역 마약 카르텔과 결탁한 지역 경찰이 학생들을 납치해 경쟁 조직의 조직원으로 속인 채 카르텔에 넘겼고, 카르텔이 학생들을 살해한 후 쓰레기장에서 시신을 불태웠다고 밝혔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임 정부는 이러한 수사 결과 발표를 '역사적 진실'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종 학생 가족들이나 외부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표현했다.
각국 여러 분야 전문가들로 이뤄진 GIEI도 자체 조사를 통해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보고서를 내고 멕시코 정부의 발표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 세 번째 보고서에선 멕시코군이 학생들의 피랍 사실을 바로 알았음에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공개됐다.
좌익 성향인 아요치나파 교대생들은 당국의 요주의 대상이었고, 군은 이들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납치된 사실도 알았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군이 사건 직후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자료를 제공했으면 학생들 행방을 찾는 데 도움이 됐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 사건의 진실 규명 위원회를 만들고 재수사 방침을 밝혔다.
이후 일부 새로운 정황이 드러나고 추가 용의자들이 검거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많다.
과거 당국의 무리한 수사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 직후 체포된 이들 중 상당수가 풀려났고, 43명의 학생 중 DNA를 통해 유해가 확인된 것도 2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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