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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액으로 기도 막히는 천식, 근원 치료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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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액으로 기도 막히는 천식, 근원 치료 가능해졌다
점액 생성 억제하는 에어로졸형 '고정 펩타이드' 개발
미국 텍사스대 M. D. 앤더슨 암센터, 저널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기도(氣道)는 공기가 코를 거쳐 폐까지 흐르는 통로를 말한다.
보통 기도는 얇은 점막으로 덮여 있다. 기도에 분비된 무친(mucin) 단백질이 수분을 흡수해 점막을 형성한다.
기도의 이런 점막은 건강에 이롭다.
점액으로 끈끈해진 기도의 섬모가 병원체나 먼지 등이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친 단백질이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분비되면 위험한 '점액 폐쇄성 폐 질환'으로 이어진다.
수분을 충분히 빨아들이지 못한 무친 단백질은 두껍고 뻑뻑한 점액을 생성해 기도를 막거나 폐 기능을 손상할 수 있다.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천식, COPD(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낭포성 섬유증 등이 모두 이런 질환에 속한다.
치료 과정에서 면역력이 손상된 암 환자도 이런 유형의 폐 질환으로 위중해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 텍사스대의 M. D. 앤더슨 암센터 과학자들이 기도의 걷잡을 수 없는 무친 분비를 막는 치료제를 개발했다.
버튼 딕키 호흡기 내과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29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너무 끈끈한 점액이 기도를 막으면 가벼운 기침부터 심각한 폐 질환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호흡기 내과에서 점액을 중요한 문제로 다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점액 폐쇄성 폐 질환을 앓는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에 달할 거로 추정된다.
미국에도 약 2천500만의 천식 환자와 약 1천600만의 성인 COPD 환자가 있는 거로 알려졌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를 맡은 딕키 교수는 "이런 질환에 쓰는 약은 대부분 염증을 완화하거나 기도를 넓혀 환자가 숨쉬기 편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라면서 "기도의 과도한 무친 분비를 막는 약을 개발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점액이나 타액(침방울)에 든 무친 단백질 중엔 바이러스 입자를 감싸 전염을 차단하는 유형도 있다.
실제로 침방울에 섞여 배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무친 단백질이 없으면 더 쉽게 전염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오랫동안 무친 단백질 분비에 대해 연구해 온 딕키 교수팀은 앞서, 핵심 역할을 하는 시나프토타그민(synaptotagmin)이라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이 단백질은 특정 SNARE 복합체(SNARE complex)와 함께, 유리 칼슘(Free calcium) Ca2+가 촉발하는 핵심 '세포막 융합' 과정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무친 분비를 막을 수 있는 최적의 표적으로 2형 시나프토타그민(Syt2) 단백질을 지목했다.
이 단백질의 발현을 차단하면 많은 무친 단백질의 돌발적인 분비를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점진적이고 기초적인 무친 분비 기능은 손상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Syt2 단백질의 발현을 막기 위해 'SP9'으로 명명된 '탄화수소 고정 펩타이드'를 디자인했다.
이런 유형의 고정 펩타이드는 단백질 표적과 단단히 결합하는 특성을 보여 암 치료제 등으로 사용돼 왔다.
흡입이 가능한 에어로졸형으로 개발된 SP9은, 제휴 기관인 스탠퍼드 의대 연구팀의 재구성 시스템 모델에서 Ca2+가 촉발하는 막 융합을 성공적으로 교란했다.
또 세포막 통과 펩타이드와 결합한 SP9을 기도 상피세포에 적용하면 급속한 무친 분비가 억제됐다.



에어로졸형 SP9은 생쥐 모델 테스트에서도 무친 분비와 기도의 점막 폐쇄를 완화하는 효능을 보였다.
SP9이 흡입식 약으로 허가를 받으면 무친 단백질의 과도한 분비로 인해 갑자기 기도가 막힌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연구팀은 SP9의 개발 절차를 서둘러 한두 해 뒤엔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연구의 SP9 효능 검증엔 미국 스탠퍼드 의대와 독일 울름대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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