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아랍권 4개국 외무장관, 네게브 사막서 '역사적' 회담
UAE·바레인·모로코 등 '아브라함 협약' 3개국에 이집트도 동참
중동 순방 블링컨 미 국무도 참여…이란 위협·우크라이나 전쟁 등 논의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 '아브라함 협약' 당사국과 협약을 중재한 미국 등의 외교수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적 외교 이벤트가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남부 네게브 사막에 있는 스데 보케르 키부츠에서 아랍권 4개국과 미국 등의 외교 수장을 초청해 회담한다.
'네게브 서밋'(Negev Summit)라는 별칭이 붙은 이틀간의 회담에는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의 초청으로 압둘라 빈 자이드 알나흐얀 UAE 외교장관, 압둘라티프 알 자야니 바레인 외무장관, 나세르 부리타 모로코 외무장관 등 아브라함 협약 당사국 외교 수장들이 총집결한다.
또 1979년 아랍권에서 이스라엘과 가장 먼저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집트의 사메흐 수크리 외무장관과 중동 순방에 나선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참석한다.
이번 회담은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약을 통해 관계를 정상화한 아랍권의 외교 수장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특히 과거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반목했던 아랍권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외교 이벤트에 집결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이 자체적으로 수도로 삼은 예루살렘 대신 네게브 사막으로 회담 장소를 정한 것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지인 예루살렘에 대한 아랍권의 거부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에 건설할 국가의 수도로 여기고 있다.
또 이번 회담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막바지 진통을 겪는 가운데,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공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성사됐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는 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의 위협, 핵 합의 복원 시 대응 과제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등은 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의 직간접적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미국이 중동 안보 관여도를 다시 높여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중동 내 중요 동맹 또는 파트너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UAE는 러시아 에너지의 대체재를 찾는 미국의 석유 증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또 러시아산 곡물 의존도가 높은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대열 동참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외교 이벤트를 2년 전 아랍권과 아브라함 협약을 통해 관계를 정상화한 이스라엘이 그 결실을 보기 시작한 것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복잡한 중동 내 세력 재편의 강력한 신호로 해석했다.
특히 신문은 "아브라함 협약을 중재한 건 미국이지만 이제 이스라엘이 미국과 아랍권의 중재자로서 더 공개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견해차와 우려를 논의할 공론의 장을 제공하는 동시에 블링컨 장관에게는 중동 내 동맹국들의 러시아 고립 동참을 독려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NYT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UAE, 바레인,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정권 이스라엘은 외무장관이 협약 당사국들을 잇달아 방문해 공관을 설치하고 상호협력 협정을 체결했으며, 국방부 장관이 모로코, 바레인을 방문해 안보 분야 협력 협정도 체결했다.
그 밖에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이스라엘 총리로는 처음으로 UAE와 바레인을 공식 방문해 정상간 소통의 문을 열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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